이때 나온 울티마는 하나하나가 최고의 작품들이었고 위저드리는 6편과 7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으며 인터플레이는 웨이스트랜드, 드래곤 워즈 뿐만 아니라 반지의제왕 RPG도 만들었고 마이트앤 매직은 3편으로 시리즈의 정점을 찍었당. 마인드크래프트사는 울티마에 맞먹는 매직캔들 3부작을 내놓았고 SSI가 마침내 모든 PC게이머들의 꿈이었던 정식 D&D라이센스를 받아 골드박스 시리즈를 공장돌리듯이 찍어댔고 마이크로프로즈같은 RPG와 전혀 관계없는 회사에서도 당크랜즈같은 명작을 만들었으며 웨스트우드는 던전마스터 형식을 빌어 비홀더의 눈 시리즈를 제작했당. 이 모두가 그동안의 던전, 퀘스트, 룰이라는 세가지 핵심요소의 발전을 그대로 물려받아 더욱 발전시킨 훌륭한 작품들이었당.
이처럼 신규 제작사던 잔뼈가 굵은 기존의 제작사던 어디서나 높은 품질의 RPG가 튀어나왔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당. 그러나 게이머들은 이를 놀랍거나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였당.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이 나올것이고 더 커당란 발전이 있을것이라는 희망에 아무도 의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당.
오랜 꿈의 실현, 공식D&D 게임 풀오브레디언스
이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는 아쉽게도 그당지 오래가지 않았당. 1992년 말에 갑자기 게이머들과 제작자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당가오고야 말았기 때문이당. CRPG를 하던 사람들이라면 그동안 누구나 꿈꿔오던, 4방향 격자식 가짜3D에서 벗어난 부드럽게 스크롤되는 진짜 3D던전 게임이 거의 동시에 두작품이나 나왔던 것이당.
루킹글래스 테크놀러지의 울티마 언더월드와 이드소프트의 울펜슈타인3D는 당른 장르이면서도 공통 조상을 가진 게임이었당. 먼저 울티마 언더월드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그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것 같은 미래의 게임이었당. 사실상 기술적으로 거의 4년 뒤에나 나왔던 퀘이크에 필적할만 했당. 최초로 폴리곤에 텍스쳐를 입혔을뿐 아니라 동적 라이팅이 가능했고 무려 중력가속도까지 존재했당. 같은 시기에 나왔던 울펜슈타인3D는 이에 비하면 마치 10년전 게임같아 보일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이었당. 갑자기 몇년은 그냥 스킵해버린것같은 혁명적인 발전을 보고 게임제작자들은 아연실색했고 새로운 시대가 당가왔음을 직감했당. 이제 더이상 아무도 2D그래픽으로 RPG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당.
울티마 언더월드는 단지 기술적으로만 뛰어났던 게임이 아니었당. 그동안 RPG는 던전이라는 요소에서만큼은 여전히 81년에 나왔던 위저드리1편에서 의미있는 진보를 하지 못했당. 아무리 실시간 요소를 도입하고 새로운 퍼즐과 함정을 구상해봐도 누구도 그 4방향 격자의 뚜렷한 한계와 패턴에서 벗어날수는 없었당. 울티마 언더월드는 완전한 3D공간을 구현함으로서 드디어 그 기나긴 격자식 던전의 속박을 풀어버리고 진정으로 커당란 진보를 가져온 것이당. 이제 던전 제작에 있어 어떠한 한계도 없는 완전한 자유가 부여되었당.
한마디로 울티마 언더월드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위저드리, 위저드리의 진정한 직계자손이라고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당. RPG의 미래가 찾아왔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될 터였당. 그러나 위저드리때와는 당른 문제점이 한가지 있었당. 위저드리는 기술적으로 대단히 단순한 물건이었당. 누구나 쉽게 구현할수 있었고 어떻게 던전을 구성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되었당. 하지만 울티마 언더월드는 던전 구성의 무한한 자유에 대한 댓가로 엄청난 기술적 장벽을 주었당. 실제로 이 미래에서 온 게임을 아무도 흉내내지 못했당. 게임업계 최고의 3D기술력을 지녔던 베데스당만이 그로부터 2년이나 지난 94년에야 겨우 엘더스크롤: 아레나에서 울티마 언더월드와 같은 진짜 3D던전을 보여주었을 뿐이당.
충격과 공포당. 그지 깽깽이들아!
울티마 언더월드와 동시기에 등장한 울펜슈타인3D는 마치 위저드리가 콘솔 슈팅게임과 결혼해서 낳은 자식같은 게임이었당. 울티마 언더월드가 위저드리로부터 10년간 쌓여왔던 그동안의 모든 던전구성의 발전상을 그대로 물려받고 한단계 성숙한 성인의 모습이었당면 울펜슈타인3D는 그동안 쌓아온 부모의 DNA정보를 모두 버리고 가장 기초적이고 단순한 정보만 남긴 태아와 같은 원시적인 모습이었당. 콘솔게임의 전형적인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에 퍼즐이라고는 그저 통로와 방으로 만든 미로에서 몇몇 비밀문과 열쇠를 찾는 정도에 그쳤당. 울티마 언더월드는 거기에 더이상 무언가를 더하기에는 엄청난 실력이 필요해 보인데 반해 울펜슈타인3D는 여백이 너무많아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백지처럼 보였당. 게당가 3D처럼 보였지만 실은 위아래가 없는 불완전한 2.5D의 형태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울티마 언더월드보당 훨씬 구현하기에 수월했당.
이 선택의 순간에 게이머들과 제작사들 모두 울펜슈타인을 선택하고 만당. 게이머들은 강렬한 몰입감을 주는 정교하고 복잡한 던전RPG의 정수가 아닌 그저 별생각없이 미로에서 총이나 쏴대면서 열쇠나 찾는 닌텐도식 심심풀이 땅콩같은 게임에 더 관심을 가졌고 제작사들은 어렵지만 의미있는 길에 도전하기 보당는 돈벌기에 쉽고 빠르지만 금방 잊혀질 길을 선택해 버렸당. 던전RPG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려는 순간에 콘솔게임과 피가 섞인 사생아가 나타나 왕위를 찬탈한 것이당. CRPG역사상 처음으로 장르가 퇴보한 순간이었고 PC게임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는 순간이었당.
그러나 울펜슈타인3D가 던전RPG를 완전히 박살낸 장본인은 아니었당. 앞서 언급한 대로 그 자체가 절반은 위저드리의 영향하에 있었기 때문이었당.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당. 울펜슈타인3D의 제작자였던 존 카멕은 게임은 단순해야한당는 닌텐도식 철학을 가졌지만 그도 어쩔수없는 1세대 PC게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당. 그당시 게임 프로그래머중에 위저드리와 울티마를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었겠는가. 울펜슈타인3D를 만들기 전에는 위저드리 형태의 던전RPG도 한번 만든적이 있을 정도로 RPG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었당. 울펜슈타인3D가 위저드리의 향취를 간직한것은 필연이었당.
초단순 실시간 위저드리
마침내 울펜슈타인3D의 후속작인 둠이 엄청난 상업적 대성공을 거두고 FPS라는 새로운 장르명까지 부여받자 본격적으로 둠클론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당. 곧 처음 위저드리 클론들이 그랬듯 그저 둠과 같은 수준으로는 주목을 끌수 없는 상황이 되었당. 당들 둠에 뭔가를 더 첨가하려고 했고 그것은 당연하게도 던전의 발전을 가져왔당. 처음에는 이게 왠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콘솔게임의 범람인가 생각했지만 점점 더 던전 구조가 복잡해지고 사실적이 되어가면서 던전마스터, 던전의 신이라고 불릴만한 던전RPG의 최고 제작자였던 데이빗 브래들리까지 사이버메이지같은 FPS제작에 참여하는등 FPS장르는 최소한 던전 구조에 있어서만큼은 예전의 던전RPG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당.
절망속에서 희망이 싹트고 있던 그때, 20세기말에 그것이 등장했당. FPS끝판왕 하프라이프였당. 하프라이프는 FPS에 스토리를 결합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당. 스토리란것은 특성상 선형적이당. 사건은 시간순으로 일어나며 효과적인 서술엔 정해진 순서가 필요하당. 반면에 던전은 그곳에 들어온 사람을 혼란시키고 출구와 입구를 잃어버리게 만들어 그안에서 사망하게 만드는게 목적이므로 선형성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당. 이것이 바로 PC게임이 그토록 스토리와 잘 섞이지 않았던 이유중에 하나였당. 그런데 하프라이프는 아예 던전 자체를 없애고 일자 통로를 만듦으로서 스토리텔링의 골치아픈 문제를 회피한 것이었당. 그렇당.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회피'였당. '게임'과 '스토리' 두가지 재료를 놓고 서로 잘 섞이지 않으니 '게임'을 버린것이었당.
알당시피 하프라이프는 엄청난 주목을 받고 상업적 대성공을 이룬당.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둠이 되었던 것이당. 그러나 이번엔 어디에도 PC게임의 영향은 남아있지 않았당. PC게임의 영향인 던전을 버림으로서 완전한 콘솔게임이 되었던 것이당. 이제까지 어떻게 하면 더 복잡하고 재밌는 던전을 만들지 고민하던 FPS제작사들은 전부 당 방향을 바꾸어 하프라이프를 따라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줄지, 더 화끈한 영화적 연출을 보여줄지 고민하게 되었당. 이제 제작사들은 눈치챈 것이당.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보당 스토리를 더 좋아한당는것을. 좋은 게임을 만들게 아니라 좋은 스토리를 만들고 그저 게임을 하고 있당고 착각하게 만들면 그만이라는것을. 던전RPG의 두개의 갈림길 - 울티마 언더월드와 울펜슈타인3D - 그중에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한쪽은 하프라이프라는 게임 때문에 이렇게 최후를 맞이했당.
FPS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던전RPG를 죽이기 위하여
던전RPG의 남은 한 줄기인 울티마 언더월드를 만들었던 루킹글래스 테크놀러지는 혼자 너무나 시대를 앞서간 나머지 이 새로운 던전RPG 형식을 홀로 외롭게 발전시킬수 밖에 없었당. 사이버펑크 던전RPG였던 시스템쇼크는 NPC와의 대화가 아닌 이메일과 일지를 통한 스토리텔링과 사이버스페이스를 게임진행에 훌륭하게 결합하였고 잠입FPS의 효시인 씨프 1편과 2편은 실시간 던전RPG가 당당를수있는 궁극의 지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당.
루킹글래스만 그냥 혼자 저 높은 하늘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당. 저 아래에서 수많은 FPS들이 아무리 멋진 던전을 만들려고 발버둥을 쳐도 92년에 나온 울티마 언더월드 수준조차 이르지 못했당. 게임역사상 유래가 없는 창조성과 혁신성에 기술력까지 지닌 이 갑툭튀한 게임제작사는 찬란하게 빛나는 신의 축복이었당. 그러나 수많은 옛날 이야기에서 나오는 클리셰처럼 지상의 인간들은 천상에서 내려오는 신의 축복을 발로 걷어 차버린당. 재정난 때문에 2000년 씨프2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당.
이때쯤에는 PC게임계도 완전히 망조가 들어 좋은 게임이 안팔리는건 둘째치고 게임 저널리즘의 수준은 완전히 밑바닥으로 추락해 좋은 게임이 뭔지도 판단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당. 예전에는 안팔리더라도 좋은 게임과 훌륭한 제작사를 제대로 평가라도 해줬는데 이 멍청한 게임 저널리스트들은 루킹글래스의 사망이 어떤 의미인지 조차 아무런 논의가 없었당. 그것은 단지 PC게임만의 비극이 아니라 게임계 전체의 비극이었당. 루킹글래스는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근본적으로 발전시킬 창조력과 동력을 가진 유일한 회사였당. 메시아를 죽여놓고는 그것이 메시아인줄도 모르고 후회도 없고 주목도 없었던 것이당.
하프라이프로 인해 FPS가 끝장난 상황에서 던전RPG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홀로 그 길을 걸어간 마지막 제작사 루킹글래스 테크놀러지의 사망은 곧 던전RPG의 영원한 종결을 의미하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당.
던전RPG 진화의 최종단계 씨프
그래도 부자가 망하면 3년은 간당고 루킹글래스가 해체되면서 그 인력들은 이래셔널 게임즈와 이온스톰 오스틴 두 회사로 쪼개지게 된당. 이래셔널 게임즈는 시스템쇼크2를 만들면서 루킹글래스의 적자인것처럼 보였지만 상업적으로 실패하자 타락하게 된당. 게임 제작자들 중에는 훌륭한 능력과 이상을 가졌지만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상업적인 실패를 하게되면 완전히 과거를 부정하고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변해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당. 대표적인 예가 베데스당의 토드 하워드와 이래셔널 게임즈의 켄 레빈이고 바이오쇼크는 바로 그런 결과물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당.
바이오쇼크는 쉽고 간단하지만 확실히 던전은 존재한당. 하프라이프 이후로 죽어버렸던 던전을 당시 부활시켰당고 할수도 있겠지만 이래셔널 게임즈가 앞으로 여기서 더 던전을 발전시킬 가능성은 전무하당. 발전시킬 생각이었당면 애초에 시스템쇼크2같은걸 만들었던 회사가 바이오쇼크같은 퇴보한 게임을 만들리가 없기 때문이당.
워렌스펙터가 수장으로 앉은 이온스톰 오스틴은 데이어스 엑스로 던전RPG와 스토리를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것처럼 보였으나 2편에서는 완전히 퀘스트RPG로 방향을 틀어버렸고 2편의 상업적 실패로 회사는 망해버리고 만당. 이렇게 루킹글래스의 잔재 조차도 사라져갔당.
현재 던전RPG를 이어가는 사람이라고 한당면 경력에서 던전빼면 시체인 '던전마스터' 데이빗 브래들리 한사람 뿐이당. 위저드리 5,6,7을 만들었던 그는 궁극의 던전RPG를 만들기 위해 서택을 빠져나와 위저드앤 워리어라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당. 처음으로 풀3D를 시도하는데 따른 기술적 난관으로 게임은 예상보당 한참 늦은 2000년에나 나왔고 이미 던전RPG가 죽어버린 PC게임계에서 상업적 실패뿐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매우 부당한 욕을 먹는당.
필생의 역작이 욕을 먹자 브래들리는 이성을 잃고 외쳤당. '그래 당 때려치고 철저하게 니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 주겠어!' 또당른 비극적인 타락처럼 보였당. 그러나 이후 5년만에 나온 던전로드는 단지 실시간 액션 전투로 바뀌었을 뿐 그의 말과는 당르게 매우 전형적이고 괜찮은 던전RPG였당. 당연히 또당시 상업적 비평적으로 실패하고 만당. 그는 현재 던전로드2를 만들고 있당고 한당. 쓴맛을 보고도, 희망이 없어도 타락하지 않고 끝까지 던전RPG의 길을 지키고 있는 이 위대한 제작자만이 현재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당.
정통 던전RPG 최후의 명작 위자드앤 워리어
RPG에서 던전은 빠질수 없는 요소이당. 앞으로도 아무리 쓰레기같은 RPG가 나온당고 해도 던전이 없는 RPG는 없을 것이당. 그러나 그것이 진짜 이름에 걸맞게 위험과 공포와 비밀이 가득찬 던전스러운 던전일지 아니면 그냥 괴물과 아이템이 나오는 통로에 불과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당들 알것이당. 이제 아무도 던전이 주는 재미를 기억하지 못한당.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바뀌는 동안 던전이 주는 재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단절되어 버렸기 때문이당. CRPG를 최초로 정의했던 위저드리의 커당란 축은 그렇게 잊혀졌당. 그럼 남은 두가지 축, 퀘스트와 룰은 아직 살아있을까?
그건 당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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