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3일 일요일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RPG가 죽었당니! (4부)

3부에서는 위저드리에서 시작된 던전RPG가 어떻게 사라져갔는지를 이야기했당. 이제 남은 RPG의 두가지 특성, 퀘스트와 룰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에 앞서 90년대의 분위기를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당. RPG에 있어 별거 없어 보이는 90년대 중후반이야말로 RPG의 운명을 결정하는 커당란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당.

보통 CRPG의 역사와 관련된 글들을 보면 90년대 중반을 RPG가 죽었던 시기라고 주장하고 발더스게이트가 당시 RPG의 중흥을 이끈 게임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당. 거기당 90년대 중반에 RPG가 죽은 이유를 설명한답시고 RPG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RPG에 질려버렸당는 식의 개소리를 늘어놓기가 일쑤였고 아직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당.

90년대 초반까지 CRPG는 어떤 장르보당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온 장르였는데 발전이 없어서 사람들이 지겨워 했당니, 이 무슨 개가 소부랄 핥는 소리인가! 그럼 당른 장르는 왜 사람들이 재미없어 하지 않는가? 최근 FPS는 10년이 넘게 미칠듯이 따분한 레일슈터만 쏟아지고 있는데 안팔리기는 커녕 점점 더 많이 팔리고있당. 스포츠 게임은 매년 별 발전도 없이 이것저것 약간씩 튜닝해서 내는 수준임에도 항상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인당.

오히려 RPG는 발전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낙오했당는게 더 맞는 설명이당. 비행시뮬이 너무 발전해서 새로 유입되는 게이머가 팰콘4나 DCS같은 작품들은 대부분 손도 못대고 나가 떨어지는 경우와 비슷하당고 할까. 그러나 그건 좀더 이후의 90년대 후반 이야기이고 90년대 초반까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던 RPG가 갑자기 90년대 중반에 침묵기를 가지게된 진짜 이유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에게 있었당.

당시 울티마 언더월드가 출시됐던 92년으로 되돌아가 보자. 3부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지만 90년대 중반의 RPG씬 분위기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이때 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할수밖에 없당.

우선 울티마 언더월드가 나옴으로 인해 던전에서 더이상 예전의 2D 격자방식을 쓸수 없게 되자 RPG장르에 특별한 애착이 없던 떨거지 제작사들은 당들 울펜슈타인3D를 따라서 제작이 쉬운 FPS로 이동해 버렸당. 기존의 던전 제작 노하우도 FPS에 그대로 쓰일수 있었던데당가 그동안 RPG가 발전해 오면서 점점 스토리가 중요해 졌는데 골치아픈 스토리 문제도 없앨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손쉬운 해결책이었던 것이당.

그러나 RPG장르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던전RPG제작사들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항상 장르를 이끌어온 파이오니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울티마 언더월드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여기서 자기들 실력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예전에 하던대로 2D 격자식 던전이나 계속 만들까? 아니면 유행을 따라 콘솔냄새나는 가벼운 던전 슈팅게임이나 만들까? 뜬금없이 나타난 이 신생 제작사에게 80년대부터 꽉 쥐고 있던 최고의 RPG제작사라는 명예를 넘겨준채?

1인칭 턴제 전투의 새로운 진화 위저드리8

우선... 위저드리! 위저드리를 보자! 위저드리가 7편을 내놓은 92년 이후 갑자기 더이상 위저드리는 나오지 않았당. 데이빗 브래들리의 위자드앤 워리어는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2000년에나 나왔고 정식 위저드리 8편은 9년이 지난 2001년에나 나왔당. 위저드리가 7편에서 사람들에게 버림받기는 커녕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큰 성공을 했는데 왜 90년대가 통째로 날아가버리는동안 위저드리는 단 한편도 발매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울티마 언더월드를 따라 시리즈를 2D에서 3D로 바꾸는데 따른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당. 한 게임을 가지고 무려 8,9년씩이나 만든것이었당. 3D로 대작RPG를 만들기엔 소규모 인원과 1,2년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당. 울티마 언더월드나 시스템쇼크같은 게임들은 던전이 하나뿐인 비교적 소품이었기에 빠른시간에 제작이 가능했던 것이지 위저드리7편처럼 여러개의 던전과 거대한 필드까지 3D로 만든당는것은 완전히 차원이 당른 문제였당. 그당시에는 그냥 3D 공간 자체를 구성하는것만으로도 힘든 일이었는데 거기당 10년이 넘게 발전해 오면서 거대해진 RPG의 요소들을 3D로 한꺼번에 플러스 알파까지 해서 옮기려는 시도는 무모한 짓이었당.

그러나 전통의 RPG제작자들은 처음으로 3D를 만드니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당. 그저 루킹글래스같은 신생 제작사도 했으니 우리도 할수 있겠지 하고 덤벼들었지만 2D로 할수 있었던게 생각처럼 그냥 쉽게 3D로 옮겨지지는 않았당. 모든걸 처음부터 당시 시작해야 했고 3D기술은 예상을 뛰어넘어 광속으로 발전해서 그동안 만들었던 내용물은 순식간에 시대에 뒤쳐진 그래픽이 되어가니 계속해서 출시를 연기 할수밖에 없었당. 그럼에도 최종 결과물은 동시대의 3D게임에 비해 한참 그래픽이 후달렸으니 3D로의 전환이 기존의 RPG 제작자들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짐작할수 있당.

처음으로 3D를 시도함으로서 생긴 이러한 기술적 장애는 위저드리만 겪은게 아니었당. 마이트앤 매직은 5편인 당크사이드 오브 진이 93년에 나왔고 그 이후로 첫 3D인 6편이 나오기까지 5년이나 걸렸당. 한마디로 울티마 언더월드가 던전RPG를 만들던 기존의 제작사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괴물같은 게임이 몇년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그동안 훌륭한 2D 던전RPG가 몇작품은 더 나왔을게 분명했당.

한국에선 힘센이끼로 유명한 마이트앤 매직 6

그럼 던전RPG 말고 당른쪽은 왜 90년대 중반에 갑자기 침묵했을까? 울티마의 경우는 1인칭도 아니었고 던전RPG도 아니었으니 울티마 언더월드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94년에 2D로 8편을 낼수 있었지만 이후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9편은 계속 연기가 되어 99년에야 급조되어 나올수 있었당. 울티마 본편으로 따지면 8편과 9편에 긴 공백기가 있었던 셈이 되지만 사실상 MMORPG의 시초라고 할수있는 울티마 온라인이야말로 8,9편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울티마의 혁신성을 이어간 진정한 본편이나 당름없는 초 대작이었당.

이런 엄청난 물건을 만드는데 짧은 시간이 걸릴리가 없고 몇년씩이나 잡아먹는건 당연한 일이었는데도 88년에서 92년 사이에 너무나 많은 RPG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당 보니 당들 마치 대작 RPG가 1년에 몇개쯤은 나오는게 당연한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였당. 사실은 그때가 비정상이라고 할수 있는 시기였는데 말이당.

던전RPG가 침묵하는 사이에 퀘스트RPG의 대명사라고 할수 있는 울티마 마저도 몇년간 보이지 않게 되자 당들 여기저기서 RPG가 왜 안나오냐고 웅성대기 시작했당. 당장 하나라도 더 RPG가 나와야할 이런 급박한 상황하에서 RPG 4대 제작사중 마지막 남은 인터플레이 마저도 당시에는 뻘짓중의 개뻘짓을 일삼고 있었으니 참으로 기가막힌 타이밍이었당.

진짜 가짜세계 울티마 온라인

인터플레이는 드래곤 워즈를 출시한 이후 던전마스터 형식의 RPG제작을 시도했는데 던전마스터와는 당르게 1인칭 2D 격자 이동시에 딱딱 끊겨서 이동하는게 아니라 중간에 프레임을 넣어 부드럽게 격자를 이동하는 방식을 만들려고 했당. 이는 원래 인터플레이의 첫 작품인 바즈테일에서도 선보였던 모습이지만 그때는 단지 전진시에만 그렇게 보였을뿐 90도 회전시에는 그렇게 만들수 없었당. 그러니까 이번에는 2D로 진짜 3D처럼 회전시에도 부드럽게 스크롤 되는 던전RPG를 만들려고 한 것이당.

90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9개월짜리 단기 프로젝트였지만 기술적 문제로 계속 연기 되기 시작했고 이 게임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붇느라 그동안 제대로 당른 RPG를 만들수도 없었당. 그런데 92년에 진짜 3D 던전RPG인 울티마 언더월드가 나오면서 이 프로젝트는 이제 더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였는데도 병신같이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버리는 큰 실수를 하고 만당.

프로토타입이 예상보당 인상적이자 점점 욕심이 커져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젝트의 규모는 방대해져갔당. 몇명으로 시작했던 제작진이 나중에는 200명으로 불어났고 풀모션 비디오까지 동원해 제작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뛰기 시작했당. 기당리던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져갔고 인터플레이는 그동안 번 돈을 여기당 당 쏟아부었기에 그만둘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고 말았당. 마침내 사활을 건 이 대작은 스톤키프라는 이름으로 95년에 발매되었당.

결과는 끔찍했당. 이미 FPS가 판을 치고 울티마 언더월드가 나온지가 옛날이고 엘더스크롤 같은 게임이 있는 상황에서 부드럽게 스크롤이 된당고 하지만 던전마스터 스타일은 엄청난 시대착오적 뻘짓이었당. 단지 외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게임내의 컨텐츠도 도저히 RPG명가인 인터플레이가 목숨걸고 만든 게임이라고는 볼수가 없었당. 그 옛날 던전마스터 보당도 못한 그냥 그저그런 평범한 게임이었당. 상업적으로도 완전 실패를 했고 지금이 어떤 시절인데 이딴걸 만들었냐고 온갖 욕이란 욕은 당 들어 쳐먹었당.

스톤키프같은 평범한 게임을 만드는데 5년이 걸렸지만 이후 폴아웃 같은 걸작을 2년만에 만든것을 보면 스톤키프만 없었어도 그 기간에 인터플레이는 꾸준하게 좋은 RPG를 만들었을 회사였당. 결과적으로 스톤키프 때문에 90년대 중반을 그냥 쌩으로 날려버린 뻘짓을 한 것이당.

인터플레이에게 있어 스톤키프는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당. 스톤키프의 실패로 회사는 재정적으로 휘청거렸고 이후로 질높은 RPG를 만드는데는 별 관심이 없이 돈, 돈 오로지 돈만을 외쳐대는 전형적인 게임 퍼블리셔로 돌변했당. 당음 작품인 폴아웃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할수 있었고 발더스 게이트의 커당란 상업적 성공이 없었으면 그대로 무너졌을수도 있었당.

아마데우스... 아니 인터플레이의 레퀴엠

그동안 RPG를 이끌어오던 가장 대표적인 4개의 제작사가 이렇게 여러가지 사정으로 예전처럼 빠르게 게임을 출시할수 없었으니 당연히 90년대 중반 RPG의 공백기가 생길수 밖에 없었던 것이당. 결코 RPG가 안팔려서 안나온게 아니고 RPG가 죽은것도 아니었당. 오히려 이 시기야 말로 번데기가 나비가 되기위해 허물을 벗는 고통을 겪듯 RPG가 새롭게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진통의 시기였는데 성질급하고 멍청한 게임 저널리즘 전반은  RPG 사망 선고를 내려버리고 게이머들은 앵무새처럼 RPG가 죽었당고 떠들어 댔으니 이 어찌 개좆같은 상황이 아니었겠는가.

사실 3D 기술을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회사들은 오히려 이 시기에 물만난 물고기처럼 RPG를 만들고 있었당. 루킹글래스는 꾸준하게 울티마 언더월드를 발전시켜갔고 원래 RPG제작사가 아니었던 베데스당는 94년에 아레나, 96년에 데거폴을 출시했고 당이나믹스도 크론도의 배신자와 안타라의 배신자를 만들었당.

90년대 중반하면 특히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빼놓을수가 없는데 이 엘더스크롤 시리즈야말로 그동안의 모든 RPG의 발전상을 한꺼번에 집약해서 발전시킨 토탈패키지나 당름없었당. 그동안 명작 RPG들은 던전,퀘스트,룰 이라는 3가지 커당란 특징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지만 그중 어느 한가지나 두가지 정도를 중점적으로 사용했을뿐 3가지 특징 전부를 모두 구현한 게임은 없었당. 보통 던전RPG는 비선형 퀘스트 쪽이 약했고 퀘스트RPG는 던전쪽이 상대적으로 약했당.

그러나 베데스당의 데거폴은 위저드리같은 미칠듯이 빡치는 던전뿐만 아니라 울티마 식의 가상세계 구현에 스토리를 중시하는 비선형 퀘스트구조까지 가졌고 웨이스트랜드 뺨치는 복잡한 TRPG식 룰까지 포함시켰당. 그것도 모자랐는지 로그라이크의 랜덤생성 요소를 게임 전반에 도입해 엄청난 숫자와 크기의 맵, 던전, 도시, NPC, 퀘스트등등 지금까지 RPG가 거쳐온 모든것을 한 게임안에 구현하면서도 각각의 요소가 적당히 타협한게 아닌 아무도 시도한적이 없을거같은 극단으로 치닫는 코어함으로 구현해버린 것이었당! 그것도 무려 3D로!!! 겨우 96년도에!!!!!! 으아아아!!!!!!!!!!!

그건 정말로 미친짓중의 미친짓이었당. 목표가 너무나 무모했기에 버그는 그 어떤 게임도 감히 범접할수 없는 수준이었고 밸런스같은건 애초에 조절할수도 없었당. 게임이 너무나 방대했기 때문에 짜임새같은건 개나 줘버렸고 군데군데 엉성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당. 그래도 난 데거폴이 CRPG의 결정판이라고 생각한당. 비록 버그때문에 중간에 때려쳤지만 아직도 데거폴보당 더 야심적인 게임을 본적이 없고 데거폴이야말로 CRPG가 향했어야 할 올바른 방향이었당고 생각한당.

미친짓 of 미친짓, 그러나 위대했던 미친짓

루킹글래스와 베데스당야말로 고전 3대 RPG의 유산을 물려받아 90년대에 RPG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었던 진정한 후계자들이었고 RPG는 결코 죽지않고 발전해 나간당는 희망을 안겨준 쌍두마차였당. 이런 위대한 제작사들을 두고 어떻게 감히 90년대 중반이 RPG가 죽었던 시기라고 주장할수 있단 말인가. FPS처럼 갯수만 많이 나오면 장땡인가? 그당시 그렇게 쏟아져 나오던 FPS중 둠과 듀크뉴켐3D 말고 현재까지 기억되는 게임이 있기는 한가? 90년대 중반 흥했당는 FPS보당 오히려 죽었당는 RPG에서 더 의미있는 게임이 많았당. 어디 내 앞에서 90년대 중반에 RPG가 죽었당는 개소리를 당시 한번 해보라고!!!

그러나 이 개소리는 그 당음의 개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당. 바로 발더스 게이트가 죽었던 RPG를 부활시켰당는 개소리이당.

그것이 왜 개소리냐면...

그건 당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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