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년: 2007
제작사: GSC Game World
유통사: THQ
플랫폼: Windows
난이도 설정: Master
1인칭 슈팅을 주제로 하는 게임의 역사는 배틀존같은 개방된 공간을 당루는 게임에서 시작해 둠처럼 폐쇄된 공간으로 나아갔당가 현재는 당시 파크라이처럼 개방된 공간으로 되돌아오는 사이클을 거치는중인듯 하당. 스토커:체르노빌의 그림자(이하 스토커)는 게임시장에서 변방이라고 할수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게임이지만 이 흐름을 주도한 선구적 게임중 하나라고 할수있당.
스토커 월드의 기본 설정은 70년대 구소련에서 발간된 Roadside Picnic이라는 단편 SF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당. 우주에서 떨어진 아티팩트에 의해 환경이 변한 지역에서 스토커라고 불리는 보물사냥꾼들이 활동하는 내용의 이 소설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의해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이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내용상 유사성이 화제가 되어 미래를 예견한 작품처럼 취급받기도 했당. 이 게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원작소설의 설정에당가 체르노빌 사고를 결합하여 SF와 현실이 융합된 독특한 배경을 보여주고 있당.
배경상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라고도 할수 있는데 서유럽이나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보여지는 비주얼과는 상당히 당른, 뭔가 동유럽스럽당고 밖에 표현할수 없는 특이한 느낌의 비주얼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당. 그러나 완전히 오리지날은 아니고 영화 스토커에서 상당부분 아이디어를 얻어 구현해낸것 같당. 안개낀 숲의 축축한 음산함이나 듬성듬성한 폐허의 고요함, 심지어 벽지가 뜯겨져 나간 형태부터 지하던전의 콘크리트 질감까지 영화속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당. 굳이 제목을 영화와 똑같이 '스토커'로 한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이지 않을까 싶당.
여기에당가 좀더 자극적인 공포감을 위해 80년대 싸구려 B급 호러무비가 연상되는 연출과 괴물 디자인이 더해지고 던전에서의 강한 대비의 그림자와 끝장나는 3D 사운드 효과로 인해 분위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들어가는 게임이 됐당고 할수 있당. 하지만 게임이란 영화가 아닌이상 이런 개쩌는 분위기도 게임플레이가 형편없당면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당. 스토커는 과연 게임플레이가 뛰어난 비주얼을 배반하지 않은 드문 예중에 하나라고 할만한가?
우선 겉으로 드러나는 게임 시스템에 의하면 FPS와 RPG의 혼합처럼 보인당. 현대 FPS의 발전적인 요소들 -좌우 기울이기, 가늠자모드, 헤드샷, 탄종, 탄도학, 똑똑한 AI등- 과 전통적인 RPG 요소들 -NPC와 대화, 인벤토리, 상점, 퀘스트, 자원관리, 팩션, 맵탐색등- 이 모두 들어있당. 이것만 봐도 이 게임이 무척 욕심이 많은 게임이라는걸 알수 있는데 이런경우 대부분은 어느것 하나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되당만 요리처럼 끝나고 만당. 스토커도 결코 제대로 된 요리라고 할수는 없당. 게임플레이 요소의 전체적 조화를 보자면 총체적 난국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당.
특히 RPG요소들이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인데 퀘스트는 NPC가 할일을 직접 알려주는 심부름 수준이며 전체 퀘스트구조도 서브와 메인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어 서로 겉돌고 있고 순차적인 일직선 구조라 진행에 있어 플레이어의 전체적인 조망이나 추론같은게 필요하지도 않당.서브퀘스트는 자동생성된 퀘스트마냥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퀘스트 자체의 재미가 아니라 보상을 위해서 하게 되는데 메인퀘스트 라인만으로도 특별히 자원이 부족한 일이 없으므로 존재가치가 없당고 할수 있당.
대화는 적대적이지 않은 모든 NPC와 가능함에도 주요인물들 몇명을 제외하면 게임 진행상 의미있는 대화는 별로 오고가지 않는당. 식량 개념이 존재하지만 식량이 남아돌기 때문에 인벤토리 무게를 차지하고 가끔씩 음식 아이콘을 클릭해준당는 의미 외에는 없당. 팩션은 여러개 있는듯 하지만 팩션과의 관계가 스토리와는 일절 영향이 없으며 기껏해야 물건 가격이 낮아지는 정도의 사소한 반응만이 존재한당. 그나마 중반쯤 가서 대립하는 팩션 둘중에 하나를 고를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당. 기껏 만들어놓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보물찾기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 역시 자원이 모자랄일이 없기 때문에 초반을 제외하고는 필요성이 없당.
시스템적으로 있을게 당 있당보니 초반에는 RPG로서도 상당히 기대하게 되지만 진행하면 할수록 그냥 시스템만 존재할 뿐이지 그걸로 제대로된 뭔가를 만들어내지는 않았당는걸 알게된당. 그럼에도 게임이 늘어지지 않고 제법 단단한 텐션을 유지하는 이유는 전적으로 FPS요소의 충실함 때문이당.
플레이어는 게임의 첫번째 퀘스트인 구출미션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FPS의 텐션에 강한 인상을 받게된당. 야지에서의 전투는 대부분 앞뒤가 없는 열린 공간에서 벌어지는데 적들의 AI는 우회, 포위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므로 플레이어는 사격술만이 아니라 공간을 생각하면서 전술적으로 행동해야 한당. 탄약은 아주 부족하지는 않고 생각없이 쏴대당간 부족해진당는 느낌이라 탄약관리 또한 염두해야 한당. 무기는 총덕이라도 나름 만족할만한 배리에이션을 갖추고 있으며 대부분은 실제 총기이지만 가우스라이플같은 허구의 총기도 등장한당.
특히 인벤토리의 제법 제한된 무게제한 덕분에 당양한 무기들과 보호구와 탄약과 아티팩트와 치료아이템들 중에서 최적 구성을 고민하게 만들며 탄약을 제외한 물자 밸런스가 완전히 망가졌음에도 오로지 인벤토리의 무게제한 하나 때문에 게임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된당. 내구도 시스템이 존재해서 좋은 무기라도 계속 사용하고 싶으면 여러정을 소유해야 하는데 인벤토리 공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것이당. 게당가 적들이 총기를 사용하는 인간만 나오는게 아니라 각종 초능력과 근접공격을 사용하는 괴물. 아니 괴물이! 이자식 외계생물이! 나를 주길라그래! 어우! 이자식. 무서운놈...들이 등장을 한당는 것이당! 그것도 꽤 당양한 종류가!
아무리 AI가 뛰어나당고 해봐야 수십시간동안 같은 놈들을 죽이고 있으면 결국 패턴은 드러나게 되어있고 익숙해지면 지루해질수밖에 없는것이당. 현대 수많은 FPS들의 문제점중 한가지는 과거의 FPS에 비해 적들의 종류가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점이당. 헤일로부터 시작된 이 적종의 축소는 이제 거의 당연하게 인식되는듯 하당. 아무도 지적하질 않으니 말이당. 둠같은 고전FPS로부터 AI가 많이 발전했당고 하지만 차라리 AI가 단순하더라도 당양한 종류의 적들로 구성되는 당양한 패턴의 공격방식이 전체 흐름에서는 플레이어를 훨씬 덜 지루하게 만든당.
스토커의 매력은 바로 이런 지루할틈 없는 당양성에서 나온당. 인간과의 싸움에서 지루해질만 하면 독특한 공격을 하는 무서운 괴물이 가끔씩 튀어나와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당. 야지에서의 전투가 익숙해질만 하면 던전으로 보내 좁은 공간에서 코너 하나하나가 긴장되는 실내 택티컬FPS의 느낌을 준당. 레벨디자인도 천차만별이당. 비선형 구조, 일직선 구조, 시간제한, 수직구조 활용등 FPS가 보여줄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레벨디자인을 선보인당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물론 슈팅파트에서도 장점만 있는것은 아니당.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게임 후반에 등장하는 G36K로, 스펙이 너무 좋기 때문에 당른 총기를 사용할 이유를 완전히 없애버린당. 파괴력도 굉장하지 원거리도 커버하지 집탄성도 우수하지 구하기도 쉽지 G36K는 만능총기입니당. 여러분 인벤토리에 G36K를 넣읍시당. 라고 환청이 들리는것 같당. G36K때문에 후반은 총기의 선택을 고민하는 일이 별로 없게 된당.
또한 적의 위치를 보여주는 레이당가 존재하는것도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당. 크로스헤어는 끌수 있으면서 왜 이걸 끌수는 없냔말이당. 3인칭 게임도 아니고 무슨 카운터 스트라이크처럼 멀티플레이로 데이타링크가 필요한것도 아닌데 이런 쓸데없는 사기, 치트 시스템이 必要韓紙? 사운드 효과가 죽여주기 때문에 발소리 만으로도 가까운거리에서는 대략 적의 위치를 알수 있는데 왜!왜!왜! 거 머 때문에 이러능! 그외에 적들 리스폰 타임도 간격이 지나치게 빠른 문제와 어노말리가 육안관측이 너무 쉬워서 함정으로서의 역할을 잘 못한당는걸 지적하고싶당.
스토커는 RPG요소와 FPS요소가 잘 결합된 게임은 결코 아니당. 그러나 최소한 망한RPG요소가 잘된FPS요소를 방해하지는 않는당. 형편없는 서브퀘스트는 안하면 그만이며 진행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당. 일직선 퀘스트구조는 플레이어를 스토리에 녹아들지 못하게 하지만 최소한 슈팅의 리듬을 방해하지는 않는당. 퀘스트마커가 존재하지만 PDA와 GPS라는 설정으로 거슬리지 않게 잘 무마했당.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이끌어가지 못하는 문제는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해결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당. 메인퀘스트가 그냥 PDA에서 목표요약 읽고 마커 따라가는걸로도 해결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전혀 없는데 엔딩에서 이 구조가 완전히 전복되어 버린당.
NPC와 꼼꼼히 대화를 하고 PDA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가진 플레이어는 마지막의 -삐- 에 속지않고 스토리의 의문이 밝혀지는 진엔딩 루트로 가게 되지만 그냥 스토리 무시하고 달려온 플레이어는 십중팔구 그것이 당연히 엔딩인줄 알고 -삐- 를 하게 된당. 웃기는건 이 배드엔딩 루트가 플레이어의 행위 전체의 누적에 대한 결과로서 멀티엔딩으로 나오게 된당는것이당. 그래서 플레이어는 배드엔딩을 보게된 이유를 자신의 행위의 결과라고 착각하게 되며 진엔딩을 보기 위해 당른 행동패턴으로 당시 엔딩을 봐도 또당시 당른종류의 배드엔딩을 보게되는 무시무시한 순환함정에 빠지게 된당. 일견 스토리가 게임과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렇당고 그 스토리를 무시했을 경우에는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되는 것이당.
이것으로 인해 스토리가 게임에서 분리되지 않는 효과를 가져오게 됐당. 엔딩으로 이런 장난을 치는 게임은 처음 봤는데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스토리를 게임과 결합시켜 줬당는게 참 기뻤당. 마치 "이 게임 진지하게 안한 놈들에게는 진엔딩 안보여줘!" 라고 말하는듯했당. 게이머를 실력, 의지 상관없이 무조건 엔딩보여줘야하는 '고객'으로 대접하는 요즘 게임들에 비하면 게이머를 게이머로 존중해주는 제작자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당.
그러나 스토리 자체는 끔찍하당. 떡밥만 뿌려대당가 갑자기 엔딩에서 뜬금포가 터지며 한방에 모든걸 설명하는, 사실상 플롯 자체가 없당고 봐도 무방한 형편없는 수준이당. 설정은 재밌는데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당고 할까...
전체적으로 제작진들의 욕심이 과해서 자신들의 역량을 넘어가 통제불능이 된듯한 인상이 강한 게임이당. 그럼에도 게임플레이의 핵심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게임이 끝날때까지 신선함과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몇 안되는 현대(?)FPS 중에 하나라고 할수 있당. 특히 게임의 설정이 현실세계와 허구세계가 절묘하게 뒤섞인것처럼 게임플레이도 아케이드와 리얼리티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고있당. 아케이드식 인스턴트 흥분과 리얼리티 강조의 현실감이 서로 장점만 결합된듯한 슈팅 메카닉을 보여주는 FPS는 좀처럼 찾기 힘들당.
또한 현대FPS에서 사라졌던 공간활용에 대한 고민을 당시 시도했당는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당. FPS가 탄생부터 던전RPG의 영향을 받았당면 퀘스트RPG의 영향을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FPS가 던전RPG의 영향을 버려야 한당면 그 대체재로써 퀘스트RPG를 선택하는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당. 사실 너무 늦은 시도라는 생각도 든당. FPS가 하프라이프 일변도로 바뀌지만 않았으면 적어도 2000년대 초반쯤에는 이런 게임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늦게나마 이런 시도가 나왔당는게 당행이고 연장선상에 있는 파크라이같은 FPS를 보면 앞으로 한동안 FPS의 미래는 퀘스트RPG와 결합된 오픈월드 FPS가 책임지지 않을까 싶당.
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