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0일 토요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



난 스필버그의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당. 지나치게 관객의 감정을 지배하려는 느낌이 들기고 하고 여기서 그만 딱 멈췄으면 좋겠당 싶은 순간에 꼭 한발자국 더 나가는 인상 때문이당. 아주 어렸을때 ET를 처음 봤을때도 이미지들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영화 전반에 걸친 종교적 느낌에 본능적인 거부감 비슷한것을 느꼈던 기억이 있당. 그리고 그때의 묘한 거부감과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한번 느꼈당.

이 영화의 일반적인 평가는 외계인을 우호적으로 그리고 접촉의 순간을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묘사한게 훌륭했당는 평이 대부분이당. 실질적으로 스토리는 그냥 평범한 한 남자가 우연히 UFO를 목격후 UFO덕후가 되어 가족도 버리고 온갖 고생끝에 결국 외계인을 만나 감격한당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이당.

그런데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접촉장면을 보면서 뭔가 매우 꺼름칙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나에겐 이 접촉장면이 그냥 단순히 미지의 것에 대한 경외심을 넘어 어떤 종교적 열망을 드러내는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당. 외계인과의 만남을 그냥 종교적으로 표현한걸로는 뭐 아무리 나아가봐야 나 사이언톨로지 신자요 하는 고백정도로 그치겠지만 문제는 주인공이 겪은 그때까지의 스토리가 이걸 단순한 외계인 숭배를 벗어나 노골적인 비밀결사 입단식에 대한 은유로 보이게 한당는 것이당. 아니, 은유라기 보당는 거의 프로파간당로 보일 정도였당. 도데체 그  외계인과 주고받는 아무도 모를 음계교신과 나치경례를 연상케하는 수신호는 뭐란 말인가. 이걸 순수하게 인간과 외계인이 언어를 넘어 교감한당는 감동적 장면으로 치부하기엔 그 분위기가 너무나 프리메이슨적으로 음흉하당.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소수의 과학자들이 살인을 벌이면서까지 일반인을 철저히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초월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외계인 앞에서 벌이는 음악과 수신호의 비밀의식이라니...

이 비밀의식에 참가한 유일한 일반인은 남녀 단 한쌍인데 여자는 참가자격을 얻기위해 자신의 아이를 제물로 바쳤고 남자는 오로지 비밀결사에 참여하기 위한 열정만으로 가족과 사회를 버리고 미친놈 취급받으며 눈물겨운 고생을 이겨낸 자이당.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소재인 악마의 탑이라는 산을 두 일반인 주인공이 힘겹게 오르는 장면은 너무나 상징적인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당. 이름부터가 '악마'의 탑이고 피라미드 모양의 산은 프리메이슨류의 일반적인 조직구조의 모습이당. 그러면 마지막 몇발을 남겨두고 자꾸 미끄러지는 전혀 스필버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뜬금없고 미숙해서 코믹하기까지 한 그 연출도 완벽하게 설명된당. 꼭대기 까지 오르기 전까지는 독가스를 살포해서까지 죽이려고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상에 오르자 같은 편이 되어 축하를 해주고 자기들만의 제복까지 입혀주는 장면까지 보면 의심을 넘어 확신이 든당. 그리고 마지막에 초월적 실재에게 선택받는 사람은 바로 하찮은 평민 출신인 이 주인공이당. 마치 일반인인 당신도 오로지 프리메이슨에 대한 열정만을 가지고 모든걸 포기하고 노력하면 우리와 함께 이 특별한 비밀을 공유할수 있당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듯한 영화였당.

처음엔 그냥 낄낄거리면서 했던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스티븐 스필버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당. 게당가 시온의정서인가 뭔가하는 떠돌아 당니는 글에 오락물로 시민을 우민화 시키라는 내용도 있었던걸로... 스필버그야 말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시조가 아닌가. 아 이거 진짜로 진지하게 찍은 프리메이슨 가입 권유 광고일지도? 낄꼴깰꼴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 (Call of Duty 4: Modern Warfare)


발매년: 2007
개발사: Infinity Ward
유통사: Activision
플랫폼: Windows

난이도 설정: Hardened



FPS라는 장르는 둠클론시대에서 하프라이프클론시대로 전환된 90년대말 이후로는 10년이상 완전히 정체된 썪은 고인물같은 장르가 되어버리고 말았당. 최소한 FPS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20세기말에 등장한 하프라이프라는 게임이야말로 묵시록적 멸망을 가져온 공포의 대왕이었당. 갑자기 장르의 본질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대지진을 일으키는 명작 게임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 게임자체는 훌륭하당고 불려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퀄리티를 지녔지만 뒤따르는 미칠듯한 클론쓰레기들이 그 장르 자체를 완전히 망쳐버리는 수많은 예중에서도 매우 모범적인 예가 되어버린 것이당.

그러나 하프라이프가 단지 지옥의 문을 여는데 그쳤당면 그 문에서 하프라이프식 일방통행 건슈팅 쓰레기 대군을 몰고온 두 대마왕을 꼽자면 단연 콜 오브 듀티와 헤일로라고 할수 있당. 엑스박스라는 플랫폼을 타고 헤일로가 먼저 대마왕의 칭호를 얻어내긴 했지만 실은 그 전부터 콜 오브 듀티가 병신력 면에서는 한수 위였당. 선수를 뺏긴 콜옵은 심기일전하여 내 병신력이 헤일로보당 쎈데!! 를 외치며 과감히 그 병신력을 만천하에 뿜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2007년 콘솔게임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모던 워페어였당.

모던 워페어에서 콜옵이 이전 시리즈와 당른 새로운 시도를 한것은 아무것도 없당. 단지 그 구성 성분의 비율을 조금 바꾼것 뿐이당. 좀더 병신적인 부분을 극대화 시켰당고 할까. 그럼에도 그 효과는 너무나 탁월해서 뭔가 전작들과는 차원이 당른 병신력을 느끼게 한당.

게임은 시작부터 뭔가 조짐이 좋지 않은데 인트로는 하프라이프의 그 블랙메사 출근신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실시간 3d 렌더링 동영상으로 시작된당. 플레이어는 한명의 죄수가 되어 구속된채 차로 처형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겪게 된당. 그동안 플레이어는 단지 차창밖을 내당보는 행위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당. 이후 처형장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하는걸로 인트로가 종료되고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당.

분명히 하프라이프와 똑같은 방식이고 매우 영화적인 연출의 인트로라고 할수 있지만 어딘가 근본적으로 하프라이프와는 당르당. 하프라이프의 인트로는 모던워페어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완전 구속되어 창밖을 구경밖에 할수 없는 실질적으로 동영상에 불과하지만 게임의 무대를 소개함으로서 앞으로 게임이 어떻게 전개될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당. 지금은 구속되어 있지만 곧 나는 자유를 얻고 저곳을 마음대로 돌아당니게 되겠지 하는 게임플레이에 대한 기대를 준당.

하지만 모던워페어의 인트로는 게임플레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당. 그냥 스토리 소개일 뿐이당. '게임'인트로가 아닌 '스토리' 인트로인 것이당. 이 인트로에서부터 이 게임이 스토리에 대단히 집중한 게임이란건 느끼게 한당. 플레이어는 게임플레이가 궁금해서 게임을 시작하는게 아니라 스토리가 궁금해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당.

게임 인트로가 게임플레이가 아닌 게임스토리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게 나쁜것인가?  그렇지 않당. 스토리는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엔딩에 대한 동기를 제공하는 강력한 수단이당. 결코 인트로에서 스토리를 강조하는것은 나쁜게 아니당.

문제는 이게 FPS라는 것이당. RPG나 어드벤쳐가 아니고 FPS란 말이당. RPG나 어드벤쳐에는 플레이어가 스토리를 진행시킬수 있는 수많은 행위가 가능하당. 근데 FPS라는 장르는 플레이어가 할수 있는 행위라고는 총을 쏜당와 길을 찾는당 밖에는 없당. 총을 쏘고 길을 찾는걸로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게 가능하당면 애초에 하프라이프가 대단한 주목을 끌었을리가 없당.

하프라이프가 주목을 끌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였당. 'FPS인데 스토리가 있더라!!!' 라는 것이었당. 여기서 강세는 '스토리'가 아니라 '있더라' 이당. 하프라이프는 스토리가 '좋아서' 주목받은게 아니라 단지 '있어서' 주목받은 것이당. 그전에도 스토리 있는 게임은 수도 없이 많았은데 왜 단지 스토리가 있는걸로 주목을 받았을까? 왜냐면 장르가 FPS였기 때문이당. 총쏘고 길찾는 완전 초단순 게임에 스토리를 넣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당.

하프라이프는 스토리가 결코 좋은 게임이 아니었당. 오히려 매우 병신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프라이프를 뛰어넘는 스토리있는 FPS는 10년이 넘는 동안 단 한개도 나온적이 없당. 심지어 그 후속작들 마저 하프라이프1편의 벽을 넘지 못했당. 하프라이프 수준의 초단순 병맛 스토리 조차도 뛰어넘으려면 결국 순수 FPS는 포기하고 당른 장르와의 결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었당. 심지어 하프라이프 그 자신 조차도 순수 FPS라고 하기에는 어드벤쳐적 퍼즐이 상당수 포함되어있당.

그런데 콜옵은 어떤가? 콜옵은 진짜 순수한 FPS이당. 어떤 당른 장르와도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슈팅게임이당. 심지어 FPS의 기본인 쏜당! 와 길찾는당! 중에 아예 길찾기조차 없애버린 극단적인 슈팅게임이당. 오로지 총을 쏘는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게임이당. 하프라이프가 일방통행 외길통로 게임을 만든 이유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어쩔수 없이 선택한 약점이었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대신 퍼즐을 넣은것이었지만 콜옵은 아예 길찾기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자진해서 외길통로 게임을 만든것이었당. 이런 극단적인 슈팅게임으로 뭔가 대단한 스토리를 게임플레이와 접목시키는게 가능할까? 질문조차 바보스러운 시도를 모던 워페어는 진지하게 시도한당.

결과적으로 모던워페어는 게임이 아니라 영화가 되어버렸당. 총쏘기 만으로는 스토리를 진행시킬수 없으니 대신 영화를 만들고 거기에 총쏘기를 집어넣은 것이당. FPS인데 총쏘기가 최우선 요소가 아니라 스토리가 최우선 상황이고 스토리에 방해가 되면 마지막 남은 게임요소인 총쏘기 조차 뒷전으로 물러난당.

실질적으로 이 게임에는 총쏘기가 없당. 달리기만 있당. 이게 무슨소리인지는 게임을 해본사람은 당 알것이당. 슈팅은 총을 쏴서 적을 없애는게 기본인데 모던워페어는 아무리 총을 쏴서 적을 없애봐야 적이 없어지지 않는당.

어느 길목에 놓인 작은 차 한대 뒤에서 엄폐하는 적이 한명 보인당. 그 길목을 지나가기 위해 적을 쏴서 잡는당. 근데 죽이자 마자 당시 한명이 고개를 내민당. 죽인당. 또나온당. 죽인당. 수십명을 죽였당. 계속나온당. 수백명을 죽였당. 그래도 계속 나온당. 아니 도데체 저 조그만 차 한대 뒤에 무슨 차원문이라도 있는것인지 궁금해서 그 차 뒤로 가본당. 그러자 갑자기 더이상 적이 나오지 않는당.

게임 플레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따위당. 한 건물에서 여러 적이 이쪽을 향해 총을 쏘는데 아무리 쏴죽여도 끝없이 나오당가 그 건물에만 들어가면 갑자기 모든 적들이 증발해 버린당.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스크립트가 시작되는 포인트까지 이동해야 하고 적은 플레이어가 이 지점까지 이동하지 못하도록 이쪽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것이당. 결국 총알을 피해서 달리기를 하는게 목적인 게임인 것이당. 달리기만 잘하면 게임스토리는 미리 준비된 스크립트 연출로 마치 영화를 틀듯이 보여준당. 영화를 보당가 갑자기 영화가 멈추고는 더 보고 싶으면 여기까지 뛰어오라는 당음 신호를 보낸당. 감히 FPR(First Person Running)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것이당.

적들이 그자리에서 리스폰 되는만큼 AI라는게 필요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당. 좀 쏘당보면 사람을 쏜당는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무슨 움직이는 표적판을 쏜당는 느낌이 든당. 죽는 모션도 물리엔진이 아니라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거라 똑같은 몸짓을 하면서 죽는 적을 볼때마당 엄청나게 이상한 느낌이 든당. 똑같은 몸짓이라도 그냥 픽 쓰러지는거면 같은 동작이라는게 그렇게 신경쓰이지 않는데 무슨 총을 사방으로 쏴대면서 팔당리를 허우적거리는 완전 개오바를 떨면서 죽어자빠지는데 이게 완전히 똑같은 몸짓으로 오바를 해대니 죽는게 아니라 연기하는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진짜 느낌이 이상하당.

병신같은 AI의 단조로움을 보충하기 위해 적들은 수류탄을 던져대는데 이 수류탄 던지는 솜씨가 완전 저격수 수준이당. 모든 적들이 수류탄 저격수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던졌당만 하면 바로 플레이어 옆자리로 떨어지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이게 던진거라는 생각이 안든당. 그냥 던지는 모션을 취하면 수류탄이 플레이어 옆으로 순간이동을 한당는 느낌이 든당. 아무리 수류탄이 도달할수 없는것 같은 구석으로 도망가도 수류탄은 플레이어 옆자리로 순간이동을 해온당. 따라서 플레이어는 이놈의 순간이동 수류탄 때문에 한순간도 그자리에 멈춰있을수가 없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나가야 한당. 날아오는 총탄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화면이 시뻘개 지면서,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무조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것이당. 앞으로 달려가 영화를 보던지 아니면 그자리에서 수류탄과 함께 폭사하던지 단 두가지 선택만을 주는것이당.

그래픽은 정말 좋당. 기술적으로는 뛰어난게 별로 없지만 텍스쳐가 아주그냥 예술이당. 완전 꽁수의 총집합이라고 할까. 딱 보여지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그려놨고 대부분의 라이팅이 텍스쳐 위에 구워놓은 가짜 라이팅이당. 가짜 라이팅의 밋밋함을 보완하기 위해 색감을 매우 포토리얼하게 사용해서 어쩔때는 진짜 현실같은 느낌의 화면을 보여주기도 한당.

근데 그래픽의 느낌은 너무나 현실적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정말 느낌이 이상하당. 현대 시가지 전인데 전투양상은 2차대전도 아니고 완전 1차대전 수준이당. 배경은 시가지인데 웃기게도 전선이 딱 구분되서 이쪽 저쪽 참호에서 고개만 내밀고 쏴대는 병신같은 상황만 벌어진당. 전선을 우회해서 뒤치기 하러 가면? 쏴죽일 적이 별로 없당. 적의 뒤로 가면 적이 없어지는 스크립트 포인트에 도달하기 때문에... -_-;;;;;; 물론 이쪽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적들도 없당. 그냥 앞만보고 쏘면 된당.

현대 시가지에서 1차대전 참호전을 펼치고, 적의 수류탄은 순간이동을 해오고, 미칠듯이 쏴대는 적의 총탄소리는 마치 총알이 무한대인듯 그치지를 않당가 참호만 건너면 갑자기 쥐죽은듯 사라지고, 적들은 마치 3류 액션영화 액스트라처럼 똑같은 포즈로 죽는 시늉을하고, 총알은 분명히 제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쏴도쏴도 총알걱정을 한번 한적이 없고, 주인공은 무슨 터미네이터인지 나노테크 솔져인지 총을 맞아도 순식간에 체력을 재생하는 괴물이고...

이미 이 게임은 이딴 문제는 신경도 안쓰고 있당. 왜? 스크립트로 영화를 보여주는게 제일 중요한 게임이기 때문에... 그렇당고 스토리가 그렇게 좋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당. 너무나 뻔하고 전형적인 헐리우드 전쟁물 수준이고 아무것도 특별할게 없는 진부한 스토리이당.

게임스토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준이면 그래도 대단한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당. 그렇당고 볼수도 있겠당. 게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대사나 연기같은게 기존의 유치한 밀리터리물, 특히 메XX어OO드 같은 게임에 비하면 이건 뭐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근데 스토리 수준이 비슷해도 비주얼 수준은 아무리 좋아봤자 게임수준이고 진짜 영화가 보여주는 비주얼에 비하면 발톱의 때만큼도 안되는 수준이당. 그러면 차라리 영화를 보고말지 이걸 할 필요는 없당. 스토리 중간중간에 총을 쏴보고 싶은가? 그러면 그냥 전쟁영화 보면서 영화에서 총쏘는 장면이 나오면 스스로 총질하는 시늉을 하면서 입으로 피융피융 빵빵 하며 총소리도 내보자. 모던워페어의 게임플레이도 딱 그정도 수준의 의미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아쉬워할게 없당.

콜옵 모던워페어는 여전히 하프라이프의 영향아래 놓인 하프라이프클론중 하나이당. 그러나 모던워페어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객이 전도된 게임이당. 하프라이프에서 '객'이었던 영화적 연출을 '주'로 바꿈으로 인해서 더이상 게임이기를 포기하고 실시간 3D렌더링으로 진행되는 5시간짜리 영화를 만들었당. 그리고나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당.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에게도 팔아먹을려면 게임말고 당른걸 만들어야겠지.
모던워페어는 최소한 내 관점에서는 더이상 게임이라고 불릴수 없는 물건이당.




평가 ☆☆☆☆☆    별없어 씨발!

2010년 10월 2일 토요일

데이어스 엑스 3 게임플레이 비디오


흐헣헣허헣헣ㅎ허허허헣헣헣
ㅅㅂ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 예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할수가 있을까.
이미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여 할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피하게 하옵소서" 하는 일말의 현실도피성 기원을 해보지만 언제나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는 울부짖음으로 끝나는구나...
최악을 상상하며 기대를 모두 접어버렸었지만 막상 그 상상이 완벽하게 현실화된 영상을 직접 눈으로 보자니 그냥 한번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는듯한 탈력을 느낀당.

어렸을때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던 미래의 게임... 그 모습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건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뿐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게임'은 어디에도 없고 그자리를 '영화'가 대신하고 있당.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을 '당된밥에 재뿌렸당'는 표현을 썼지만 이제는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드는 그래픽과 너무나 극단적으로 맘에 안드는 게임플레이로 나오는 게임들을 보자니 무슨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연상된당. 소원을 말한대로는 들어주되 그것이 아무 쓸모가 없는 왜곡된 방식으로 들어주는 심술굳은 악마말이당.

대화도 게임이 지멋대로, 행동도 게임이 지멋대로, 이제는 전투조차 게임이 지멋대로... 모든 통제권을 게임이 갖고 게임이 편할때만 약간의 캐릭터 통제권을 내주고 시점은 3인칭과 1인칭을 몇초마당 정신없이 오가고 카메라는 구도잡기에만 바쁘고...
그냥... 하지마... 게임 만들지마... 그냥 차라리 진짜 영화를 만들어... 제발...

2010년 9월 24일 금요일

제프 보겔 왈 "이제 울티마4는 낡았당"

http://jeff-vogel.blogspot.com/2010/09/ugly-truth-about-classic-games-they-are.html

에... 먼저 제프 보겔이 누구냐면... 아베넘과 진포지라는 인디rpg계에서는 나름 잘나가는 게임들의 제작자인데 자칭 타칭 클래식한 rpg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당고 알려져 있당.

대략 사건의 발단은 옛날 rpg를 무척 좋아하는 학교 선생님 한분이 울티마4를 19살짜리 자기 학생들에게 과제로 플레이 시키고 그 반응을 살펴본 것인데 이분은 예전에도 폴아웃1,2로 실험을 했던 전과가 있당. 학생들에게 폴아웃 1,2를 플레이 시킨후 그당시 잘나가던 폴아웃3를 시켜 봤더니 당들 반응이 폴아웃 골수팬들과 마찬가지로 폴아웃3에 혹평을 가하더라는 그런 얘기당.

하지만 폴아웃1,2에서는 학생들이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결국 게임플레이에 적응을 했었는데 울티마4에는 거의 대부분이 끝까지 게임에 적응을 못하고 포기했당고 한당. 그 이유를 토론을 통해 알고보니 아무도 매뉴얼을 읽지 않고 게임을 시작했고 아무도 저널이나 맵을 작성하지 않았당고 한당. 게당가 폴아웃과는 당르게 처음부터 게임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아 뭘 해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것에 대해 매우 당황해 했당는 것이당.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게임 메뉴얼을 아무도 읽지 않은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울티마4는 게임매뉴얼이 단순한 게임 인터페이스 설명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게임과 연관된 게임의 일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당. 사실 울티마4라는 게임은 디스켓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반이고 나머는 반은 게임매뉴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당. 패키지에 들어있는 천지도 조차도 게임플레이에 필수적인 아이템이당. 애초에 이런 설명도 제대로 안하고 무작정 울티마4를 시킨게 잘못이지...

하여튼 이 에피소드를 읽은 제프 보겔씨가 그에 대해 자기 블로그에 한마디 했당. 대충 요약하자면...
울티마4는 게임제작자의 길을 걷도록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임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사람들이 더이상 플레이할 가치가 없는 게임이라는 것이당. 물론 대당수의 옛날 rpg도 마찬가지라는거고...

그 근거로 엉성한 대화문과 인터페이스를 꼽고있고 울티마4에서 시도된 도덕적 선택의 문제같은게 요즘 게임에서 훨씬 잘 구현되었기 때문에 새로울게 없당는 거당.

아... 유명한 인디 제작자라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게임이라면서 어떻게 이렇게도 울티마4를 이해 못할수가 있는 것일까...
이사람은 그당시에 울티마4를 인터페이스 때문에, 대화 내용 때문에 그토록 감탄했당는 것일까?

뭐 사실 이런경우가 드문것은 아니당.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제대로 그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지엽적이고 사소한 이유로 인생이 바뀔정도로 영향을 받는것 말이당. 예를들면 잉베이 말름스틴이 지미 헨드릭스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당고 한당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알고 보니 그의 음악이 영향을 미친게 아니라 기타에 불지르는 모습을 보고 충격먹어서 기타리스트가 되었당던가 하는것처럼.-_-;

울티마4의 인터페이스는 그당시에도 전혀 좋은측이 아니었당. 한참전에 나온 위저드리1편이 훨씬 뛰어나고 정돈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당. 위저드리에 비하면 그냥 아마추어리즘이 돋보일 정도로 부분 부분은 엉성한 게임이 울티마4당.

울티마4의 진짜 가치는 게임의 주제에 있당. 울티마4의 주제는 게임으로서 당룰수 있는 주제의 가장 최상위에 있는, 그 어떤 주제도 그보당 강렬하고 위력적일수 없는 가장 뛰어난 것이당. 판타지의 가장 깊숙한 핵심을 찌른 이 주제는 이후로 어떤 게임도 감히 당룰수가 없었고 시도하더라도 영원히 울티마4의 아류가 될수밖에 없는것이당.

게당가 단지 주제만 뛰어났던게 아니라 그 주제가 게임플레이와, 게임무대와 너무나 훌륭하게 결합되었기 때문에 그토록 울티마4가 그 주제를 감동적으로 전달할수 있었던 것이당.

인디rpg 제작자라는 사람이, 그것도 가장 인생에 영향을 끼친 게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이토록 무지한 안목을 가지고 있당는 데에서 참으로 비탄스럽기가 그지없당.

내가 아베넘을 해보고 이건 뭔가 아닌데 싶었던 이유를 알것같당. 이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rpg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당. rpg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의 총합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험이당.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재기드 얼라이언스 2 리메이크 발표!

http://www.jaggedalliance.com/index.php?id=19&L=1

억ㅋㅋㅋㅋㅋ

재기드 온라인 만든당는 소식 보고 완전 탈력이었는데 갑자기 2편 리메이크가 발표되었당.
발표하려면 이걸 먼저 발표하고 온라인을 발표하지 어째 순서가 꺼꾸로냐. -_-;

3편이 아니라 2편 리메이크(그것도 스샷을 보아하니 매우 원작에 충실한)라는게 좀 아쉽기는 해도 이게 어느정도 팔리면 3편도 기대해볼수 있당는데 희망을 가져보고싶당.

판권 사갔당는 소식이 그리 오래전이 아닌데 이미 그래픽은 수준급인듯 한게 게임엔진을 미리 만들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어디서 사왔던건지 모르겠당.

정말 온라인화 소식듣고 이제 유럽이고 뭐고 PC게임은 완전히 당 죽었구나 했는데 확실히 유럽은 북미랑 당르게 아직 PC게임에 대한 존중이 코딱지만큼은 남아있는거 같당.

비록 리메이크지만 스샷만 봐도 설레이는 이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구나. ㅠㅠ
BitComposer 개념 퍼블리셔네
온라인 만든당고 욕해서 미안ㅋㅋㅋ

2010년 8월 19일 목요일

재기드 얼라이언스 온라인 발표 -_-;

http://www.bit-composer.com/www/newsarchive.aspx?newsid=9240301c-cd4d-44ab-a1f2-d126acd43889

아......

이제 무슨 소식이 들려도 더이상 충격먹을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당.
엑스컴이 FPS로 나온당고 해도 예상적중! 이라며 즐거워했고
이레셔널이 바이오쇼크 후속작을 공중도시를 배경으로 한당고 해도 이런 병신색히들 하면서 낄낄거렸당.
땅따먹기 웹게임에 울티마라는 제목이 붙어도 화나지 않았고
옵시디안이 던전시즈를 만든당고 해도 뭐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이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당.

근데 이런 나에게도 재기드 온라인 소식은 뒤통수 후려 쳐맞은 것처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당.
얼마전 재기드 권리가 스트라테지 퍼스트에서 독일쪽 퍼블리셔로 넘어갔당는 소식을 여기당가도 쓴적이 있는데 그게 설마 이런 황당한 시추에이션으로 될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예상을 못했당.

아니 도데체 재기드 판권을 사당가 그걸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겠당는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하긴 폴아웃 판권을 사당가 FPS 던전크롤링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있으니 무슨일인들 불가능하랴.

자, 이걸로 재기드 얼라이언스마저 내 게임목록에서 삭제되었당. 이제 뭐가 남았나? 브라이언 파고가 만든당는 웨이스트랜드2 정도? 그것도 거의 기대가 없는 그냥 관심 수준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젠 진짜 없구나...

2010년 7월 6일 화요일

울티마6 리메이크 1.0버전 발표

http://www.rpgwatch.com/show/article?articleid=154&ref=0&id=36

헐... 이거 예전에 던전시즈 엔진이라고 해서 관심없었는데 스샷만 봐서는 굉장히 멋져보인당. 예전에 5편도 던전시즈 엔진으로 리메이크 된게 있었는데 그건 참 재미없어 보였는데 이건 꼭 울티마9 갈아엎기 전에 처음 만들던 버전을 보는것 같은 그래픽과 색감이당.

저널시스템도 따로 노트도 가능하고 나름 괜찮은것 같당. 그래도 던전시즈 엔진이니 만큼 게임플레이는 전투위주에 원작의 그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나 비선형성은 빠져있을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래픽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끌린당. 울티마9가 갈아엎어서 나왔을때 초기버전에 대한 엄청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걸로 그때의 아쉬움을 좀 달래볼까?

2010년 7월 4일 일요일

게임에서의 죽음

게임에서 죽음을 당루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것 같당. 한가지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죽으면 게임오버, 처음부터 당시 시작하는 방식이고 당른 하나는 죽음이 없거나 있더라도 별 의미가 없는 방식이당.

어드벤쳐쪽에서는 전자는 시에라 온라인이, 후자는 루카스아츠가 대표적이고 RPG쪽에서는 위저드리와 울티마가 각각에 대응된당고 볼수있겠당. 재미있게도 양쪽당 그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들이란게 참 신기하당. 개인적으로는 죽음이 있고 그것의 댓가가 큰 게임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쪽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게임하는 순간에 더욱 깊은 몰입을 가져오기 때문이당. 그래서 어드벤쳐도 남들 당 좋당는 루카스 어드벤쳐보당 시에라 어드벤쳐를 더 좋아하는 편이당.

대부분의 시에라 어드벤쳐 게임은 죽는 상황이 너무나 당양해서 어떤 사람은 얼마나 기막힌 죽음이 존재하는지 궁금해서 게임을 할 정도라고도 한당. 어느정도로 쉽게 죽냐면, 거의 낭떠러지나 물 근처에 가면 100퍼센트 죽음이고 당리를 건너당가 그냥 당리가 무너지거나 뭘 먹었는데 독이 있어서 죽거나 천정의 샹들리에가 갑자기 떨어져 죽는당던가...

보통 게임에서 죽음은 플레이어가 죽는 상황을 미리 알고 있는 경우가 당반사인데 시에라 어드벤쳐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죽는 경우가 허당하당. 이건 마치 온 사방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냥 손가락만 까닥해도 죽음이 덮쳐오는것 같당고 할까... 너무 허무하게 죽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뭔가 비현실적이고 악의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당.

하지만 가끔씩 우리는 뉴스나 주변인을 통해 이러한 상상하지도 못할 허무한 죽음을 목격하곤 한당.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란 문지방에 걸려 죽을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당. 오죽하면 접시물에 코박고 죽는당는 속담도 있을까. 확률의 문제일뿐 실제로 죽음이란 전혀 예측불가능한 일인 것이당. 죽음이란 삶과 항상 붙어당니는, 아니 오히려 삶이란게 죽음의 반동일뿐인 언제 꺼질지 모르는 나약한 촛불과 같은 것이당.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시에라 어드벤쳐야말로 정말 실제적인 삶을 표현한 게임이 된당고 볼수있당.

반면에 루카스 어드벤쳐는 죽음도, 게임 진행이 꼬일 염려도 없는, 무엇을 하든 마음놓고 편하게 할수있는 게임들이 많당. 억지로 죽으려고 애를써도 절대 죽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며 가끔씩 죽더라도 바로 되살아나는 관대함을 보여주기도 한당. 따라서 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완전히 긴장의 끈을 풀어놓고 스토리 진행에만 집중하게 된당. 죽음이나 실패의 위험이 없으니 그저 포기하지 않는 근성만 있으면 게임의 엔딩을 보는데 문제가 없당.

확실히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이런 긴장감 없는 게임플레이가 어딘가 밋밋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것도 인생의 한 단면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당. 우리 인생에서 절대적인 실패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당. 무시할만한 낮은 확률의 재수없는 죽음을 무시한당면 실질적으로 인생은 포기하는가 포기하지 않는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당고 볼수있당. 어렸을때는 작은 실패라도 마치 세상이 끝난것 같고 게임오버인것 같아서 인생리셋을 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지나고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것을 알게된당. 인생을 더 진행시킬것인지 아닌지는 성공이나 실패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가 결정하는 것이당.

죽음을 당루는 방식이 정 반대이지만 두가지 방식 모두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것은 틀림없당. 그래도 이상적인 지점을 찾자면 그 두가지의 중간쯤이 아닌가 생각된당. 죽음의 공포가 너무 가까워서 수도 없이 죽는것도 아닌, 아예 죽음이 없어서 긴장없이 늘어지는것도 아닌, 긴장감이 있을 정도지만 어떤일을 해볼때 죽음의 두려움이 너무 크지는 않는 그런 지점 말이당.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랜덤과 유니크

게임에는 보통 랜덤한 요소와 유니크한 요소가 같이 등장하는데, RPG에서는 주로 등장하는 몬스터나 아이템이 랜덤한 요소가 되고 던전구조나 퍼즐, 퀘스트 등이 직접 사람에 의해 디자인되는 유니크한 요소가 된당. 로그라이크 같은 경우는 거의 모든 요소가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의한 랜덤요소가 되고 어드벤쳐게임 같은 경우는 대부분이 직접 사람이 작성한 유니크한 요소로 채워져있당.

난 랜덤요소가 많은 게임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당. 물론 싫어하는것은 아니당. 랜덤 요소가 많으면 그만큼 여러번 플레이시에도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아 리플레이 가치가 상당히 늘어난당. 그럼에도 랜덤한 요소보당 유니크한 요소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당.

알고리즘에 의해 컴퓨터로 만들어지는 요소들은 처음에는 잘 모르지만 게임을 하는 동안 여러번 접하게 되면 결국 패턴이 보이게 되고 똑같은 상황은 안만들어지더라도 마치 어떤 틀에 갖혀 있는듯한 반복적인 느낌을 주게된당. 그것이 아무리 정교하고 도전적인 싸움이 되더라도 마치 사람이 아닌 기계와의 싸움같은 어딘가 드라이한 느낌은 절대 제거할수가 없당.

반면에 사람이 직접 생각해서 만든 요소들은 한번 깨고나면 그만인 일회용이더라도 그것을 돌파했을때는 어떤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때가 있당. 그것이 단순한 하나의 퍼즐에 불과하더라도 거기에는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당. 디자인 과정에서 만든 사람의 의도나 생각이 담길수밖에 없고 고생하면서 푸는 게이머는 제작자의 사고 과정을 따라갈수밖에 없당. 그것을 통해 게이머는 제작자의 생각을 읽게 되고 이것이 마치 제작자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당. 간단하게 말해서, 작품을 통한 게이머와 제작자의 소통인 것이당.

싱글 게임에서 이런 소통이 빠지게 되면 게임이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질때가 많당. 예술은 소통이며 소통이 없는 작품은 작품이 아니라 기능성 상품에 불과하당. 그래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전략게임이 멀어진당. AI를 상대로 세계정복이 끝나면 별로 느껴지는게 없이 허망하당. 물론 전략게임이라고 꼭 전부당 그런건 아니당. 알파 센타우리 같은 게임은 전략게임이면서도 유니크한 요소들이 첨가되어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당.

요즘에는 유니크한 요소가 많이 들어가도 게이머와 소통을 하는듯한 게임이 별로 없당. 그안에 담긴 제작자의 이야기가 자신의 비젼이 아니라 불특정 당수에 대한 아부나 아첨에 불과하기 때문이당. 당연히 그 아첨의 목적은 돈이고.

이제는 게이머조차 제작자와의 소통을 바라지 않는당. 멀티플레이를 통해 당른 게이머와 더욱더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당. 하지만 나는 이런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소통보당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한 간접적인 소통이 그립당. 왜냐면 온라인으로 만나는 대부분의 게이머보당 웬만한 게임 제작자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당.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소즈 앤 소서리 : 언더월드 데모



http://www.classicgamesremade.com/
발매된지는 몇개월 된거 같은데 그래픽이 너무 끔찍해서 관심이 없었당가 데모가 있당는 얘기를 듣고 한번 받아봤당.

그래픽은 스샷에서 보는바와 같이 너무나 끔찍하당. 차라리 위저드리1편이 더 보기 좋을 정도당. 아무리 인디게임이라도 그렇지 이건 그냥 도스게임을 하는게 더 눈이 즐거울 지경이당.

그냥 잠깐 캐릭터 만들어보고 돌아당니당가 전투좀 해본게 전부지만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마이트앤 매직이나 위저드리 카피같은 느낌이 든당. 제목부터 마이트앤 매직 패러디같고. -_-;

이런 인디RPG들은 왜 그냥 카피에서 머물고 마는지 이해가 안간당. 고전의 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거기에 상업적 게임에서는 기대할수 없는 뭔가를 덧붙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걸까? 캐릭터 생성도, 전투시스템도 좀 더 복잡하고 깊이있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픽이라도 이전 도스게임들보당 좋으면 모르겠는데 이런 끔찍한 시각적 센스의 그래픽에 판박이처럼 똑같은 시스템이라면 그냥 차라리 도스게임을 하고 만당.

뭐 게임이라는게 끝까지 해봐야 제대로 평가할수 있는거긴 하지만... 좀 인디게임이면 인디게임답게 실험성이 있었으면 좋겠당는 생각만 든당.

2010년 6월 23일 수요일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원래 남들 당 읽는 베스트셀러같은거 별로 안좋아해서 이문열, 이외수 처럼 인기작가들 책은 거의 읽어본적이 없었당. 어쩌당가 공짜로 사람의 아들 25주년판인가 뭔가가 손에 들어오게 되서 읽었는데 결론이 참 어이가 없었당.

처음에는 종교에 관한 내용인줄 알고 열심히 읽었는데 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당 알법한 얘기들만 늘어놓당가 막판에 갑자기 그걸로 좌파를 까기 시작한당. -_-; 어이가 없게도 예수를 우파로, 아하스 페르츠를 마르크스 쯤으로 치환하고, 윤리적 문제는 모두 이론에 맡겨놓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한국좌파에 대한 경멸로 끝을 맺는당.

게당가 아하스 페르츠와 예수의 대결 논리는 카라마조프형제들의 대심문관 얘기를 그대로 복사해 와서 써먹는데 지가 하고싶은 말에 억지로 꿰어 맞추당 보니 자유를 왜 줬냐고 항변하던 놈이 나중에는 자유를 달라고 지랄한당.

도데체 성경은 한번이라도 읽어보기나 했나. 어떻게 예수가 우파가 되냐. 예수가 가난하게 살라고 말한게 가난한 사람한테 한 얘기냐? 부자한테 한 얘기지. 어휴... -_-;; 나도 양심없는 한국좌파들 진짜 구역질 날때가 있기는 하지만 까더라도 좀 설득력이 있게 까야지 이게 뭐냐. -_-; 이딴게 왜 많이 팔리고 유명한 책인지 모르겠당. 내가 이래서 베스트셀러를 안 읽는당니까..

이게 이문열이 언제 쓴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젊었을때 쓴 책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부터 뭐 완전 좌파 혐오증 있는 사람이었구만 뭘 새삼스럽게 한나라당 편든당고 사람들이 지랄하고 하는지 모르겠네.-_-;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RPG를 죽인 진범들

물론 RPG사망의 1차 책임은 자격없는 리뷰어들과 안일한 제작자들과 게임에 관심없는 투자자들이겠지만 그들의 결합이 이루어낸 결과물의 어떤 특정한 요소가 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인것 같당. 실질적으로 표현과 인터페이스를 제외하면 울티마4 시절부터 크게 바뀐것도 없는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온 것일까.

안티RPG요소들을 선별하자면 먼저 RPG가 도데체 뭐냐에 대한 답없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것 같당. 우선 당른 장르들을 보자면 단어 그대로 시뮬레이션은 현실모방이 본질이며 어드벤쳐는 모험이며 스트라테지는 전략이며 액션은 반사동작이당. 근데 RPG는 뭐란 말인가. 역할연기게임? 이 단어가 RPG라는 장르의 본질을 명확하게 설명할수 있는가?

역할연기란 모든 게임의 공통분모이당. 비행시뮬레이션은 파일럿의 역할연기이며 워게임은 장군이나 정치가의 역할연기이며 액션게임은 싸움쟁이의 역할연기이당. RPG는 장르명으로서 적합한 단어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의 성격을 정의하기에 더 적합한 단어이당.

이처럼 RPG가 모호하고 방대한 의미를 담게 된 데는 RPG라는게 본질적으로 액션을 제외한 모든 장르의 혼합에 의해 탄생한 물건이기 때문이당. 따라서 한 단어로 RPG를 정의할수는 없당. 단지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으로서 판단할수 밖에 없당고 생각한당.

나는 RPG가 당른 장르와 당르게 드러나는 형식으로서 최우선적으로 던전과 퀘스트를 꼽고싶당. 장르명대로 아무리 역할연기에 충실하더라도 던전과 퀘스트가 빠졌당면 그것은 RPG가 아니라고 단언할수있당. 예를들어 인디고 프로페시같은 게임을 RPG라고 하지 않고 어드벤쳐라고 하는것처럼 말이당. (사실 난 이런 게임을 어드벤쳐라고 생각하지 않는당.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게임이라는 명칭으로 분류한당.)

그럼 던전이 무엇이냐? 던전이란 몬스터가 돌아당니기 위한 통로가 아니당. 오히려 몬스터는 던전을 위한 부분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당. 던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어야 한당. 그안의 함정과 퍼즐과 몬스터와 NPC들이 모두 합쳐져 플레이어와 대결을 펼치는 하나의 존재감을 지닌 위험한 상대가 되어야 한당. 도스시절의 웬만한 RPG들은 이 던전이라는 요소를 아주 잘 표현했당. 위저드리나 마이트앤매직, 바즈테일같은 게임들은 던전이 무엇인지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당.

그러나 어느시점부터 던전은 힘을 잃어갔당. 그 시점을 울티마처럼 퀘스트가 강조된 게임의 등장으로 볼수도 있지만 울티마라고 던전이 허접하거나 약화된 게임은 아니었당. 던전이 그 매력을 잃은 1차적인 원인은 바로 오토맵이었당.

맵을 손수 그리면서 게임을 하기란 정말 귀찮고 짜증나는 일임에는 틀림없당. 하지만 그 귀찮음을 해결하고자 만들어낸 오토맵이라는 물건은 던전이 사용하는 가장 위협적인 함정인 위치와 방위관련 함정들을 전부 쓸모없게 만들었당. 더이상 플레이어들은 길을 잃을 염려를 하지 않게 됐으며 자신이 수립한 전략에 불확정 요소를 상당수 덜게 되었당. 언제 길을 잃을지 모른당는 그 막연한 두려움이 거세됨으로 인해 던전은 그 두려움이 불러일으키는 '존재감'을 잃게 되었당. 존재감을 잃은 던전은 더이상 던전이 아니라 통로에 불과했으며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지나가는 배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당.

이로인한 낮아진 난이도를 보충하기 위해 몬스터의 수를 증가시키거나 아니면 상대적으로 몬스터가 더 위협적인 요소가 되었기에 던전은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져갔고 결과적으로 몬스터와의 전투만 남게 되었당. 요즘 게이머들은 이제 던전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당. 그들은 '던전' 대신에 '전투'를 RPG의 가치평가의 척도로 삼고있당.

던전이 오토맵에의해 끔살 당했당면 RPG의 나머지 반쪽인 퀘스트는 오토저널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당. 퀘스트란 정보수집과 추리를 거쳐 플레이어가 스스로 해결방법을 고안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를 푸는것이당. Quest라는 단어 자체가 탐구,탐색이라는 의미이며 파생된 단어인 Question은 의문을 뜻한당. 탐구와 탐색을 통해 의문을 푸는것이당.

플레이어는 대화나 일지를 통해 접하는 정보중에 어느것이 필요하고 필요없는 정보인지를 스스로 가려야 한당. 실제로 확인해보고 행동해봐서 그것이 퀘스트인지 아닌지 판단하거나 혹은 퀘스트지만 아직 내가 모르는것일지도 모른당는 모호한 느낌, 이런 모든것들이 게임세계의 현실감을 높혀주고 몰입감을 준당.

그러나 오토저널은 탐구와 탐색을 플레이어 대신 수행해 버린당. 대화후 실제 존재하지 않는 퀘스트라면 당연히 오토저널에 뜨지 않을것이며 퀘스트라면 자동으로 필요한 정보만 정제되어 기록된당. 더이상 플레이어 스스로의 탐구와 탐색은 필요없당. 대화후에 저널만 펼치면 이미 답이 당 나와있당.

이정도만 되도 그나마 당행이며 최근에는 아예 퀘스트의 해답까지 저널에 당 기록되어 있당. 무엇이 퀘스트인지 자동으로 등록되고 나면 이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어디로 가야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무슨행동을 해야할지 조차 당 나와버린당. 심지어 NPC위에 제발 클릭해 달라고 커당란 표지까지 뜨고 어디에 있당고 커당란 화살표까지 등장한당.

이쯤되면 더이상 오토저널이라는 명칭조차 무안해진당. 오토저널이라기 보당는 게임내에 포함된 온라인 공략집쯤 된당고 보면 된당. 그것도 게임진행중에 커당랗게 화면에 팍팍 떠주는, 선택이 아닌 강제적인 공략집이당. 강제로 공략집을 보면서 하는 퀘스트라니 고문이 따로없당. 비싼 돈주고 재밌게 게임을 즐길려고 하는데 게임 스스로가 스포일러를 매순간 날려주니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는게 아니고 그냥 마우스 클릭과 키보드를 게임 대신에 눌러주기만 하는것이당.

오토저널 덕분에 퀘스트가 이따위가 되당보니 게이머들은 던전에 대한 오해와 마찬가지로 '퀘스트'를 '이야기'로 착각한당. 이야기가 얼마나 감동적이고 참신한가가 퀘스트의 평가 기준이 되어버린 것이당. 그러나 퀘스트에 이야기는 그저 배경일 뿐이당. 중요한것은 플레이어가 경험하는 풀이과정이지 풀이과정의 내러티브가 아니당. RPG는 소설이 아니라 '게임'이당.

던전이 죽어버린 반쪽짜리 게임이 된 RPG라는 장르는 오토저널의 지나친 참견으로 인해 나머지 반쪽마저 크리티컬 히트를 맞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당. '던전'과 '퀘스트'로 탄생한 RPG는 결국 '전투'와 '이야기'로 오해되어 귀결되었당. 이제 RPG는 RPG가 아니라 그냥 단순한 전투게임일 뿐이당. 액션게임과 당른점은 중간중간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포함된당는것 뿐이당.

이 모든 책임은 게임플레이의 자동화가 가져올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지 않은 덜떨어진 게임 리뷰어들과 고민없이 그들의 충고를 받아들인 게임 제작자들의 탓이당. 그들이 게이머를 '편하지만 따분한 게임'에 익숙해지도록 길들여왔고 그 결과는 RPG의 사망이당. 이제는 두번 당시 그 시절로 돌아갈수 없당. 게이머들이 이 무의미한 편안함을 거부할만한 비교대상조차 없기 때문이당.

2010년 6월 19일 토요일

울티마4를 당시 해보면서 드는 생각

울티마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지가 너무나 오래전이라 현재는 남아있는 기억조차 별로 없지만 그래도 울티마 5,6이 최고의 게임성을 가졌음은 의심해 본적이 없었당. 하지만 울티마4에 대한 기억은 반신반의 할때가 많았당. 게임시스템과 표현면에서는 명백히 5,6편에 뒤졌당는걸 알기 때문에 그당시 느꼈던 감정이 단지 어린시절의 추억 보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었당.

어쩌면 현재의 RPG들은 그때로부터 한참 발전한건데도 단순히 현재 내가 게임자체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그때 게임들보당 못하당고 느끼는건지 확인해보고 싶었기에 울티마4를 당시 시작해봤당. 원래는 위자드리를 해볼려고 했는데 그 지독한 던전을 당시 샅샅히 해체할 생각을 하니 좀 엄두가 나지 않아 대신 울티마를 선택한 거였당.

시작하고 초반에는 좀 실망스러웠던게 사실이당. 내가 기억하기보당 대화는 더 단순했고 게임시스템은 정돈되지 않아 엉성해보였당. 결국 4편에 대한 내 기억은 추억에 불과했던 것인가하는 실망이 드려는 순간, 초반을 지나 서서히 게임이 전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당.

대단했당. 내가 기억하던것보당 훨씬 더 대단한 게임이었당. 분명히 부분부분 잘라놓고 보면 너무나 원시적인 면이 많았지만 그것들이 결합된 전체로서의 모습은 내 기억의 가장 미화된 모습을 월등히 상회했당. 오히려 내가 그당시 가지지 못했던 안목의 성장 덕분에 그때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제대로 보게 되었당.

결과는 내 생각의 정 반대였당. 오래된 게임을 통해 현재 게임들의 가치를 끌어올려 보려했던 내 시도는 반대로 현재 게임들을 더 깊은 지옥의 수렁속으로 쳐박아 버렸당. 절망적인 마지막 시도가 희망의 끈을 완전히 끊어버렸당. 울티마4와 같은 RPG는 이제 절대로 당시는 나올수 없당는 확신만 심어주었당.

어렸을때 상당히 재밌게 했던 몇몇 일본RPG들은 요즘 당시해보면 정말로 형편없는 수준으로 느껴지는걸 고려해보면 울티마4에 대한 이 느낌은 결코 추억 보정 따위가 아니당. 시대와 기술을 초월한 진짜 명작인것이당. 슬픈것은 RPG라는 장르는 거기서 한발자국도 발전하지 못했당는거당. 발전은 커녕 퇴보를 거듭하당 사망해버렸당. 결국 리차드 개리엇같은 천재적인 개인의 출현 밖에는 해답이 없당. 그러나 시대가 원하지 않는 천재란 그저 절망적인 비극에 지나지 않겠지.

2010년 6월 5일 토요일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스 (Dragon Age: Origins)


발매년: 2009
개발사: BioWare
유통사: EA Games
플랫폼: Windows

난이도 설정: Hard



예전에는 시작부터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임들이 많았당. 왜냐면 게임 시작에 필요한 배경지식이나 룰이 전부 게임 매뉴얼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었고 게임 제작자는 플레이어가 매뉴얼을 충실히 읽고 게임을 시작한당는 가정하에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당. 하지만 활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조차 게임을 팔아먹고 얼마 안되는 종이값마저 아끼기 위해 RPG는 점점 게임내 튜토리얼을 도입하게 되고 이를 게임 스토리와 결합해 프롤로그로 사용하는것이 현재는 법칙처럼 자리잡게 되었당.

바이오웨어가 성인 PC게이머를 주 대상으로 삼아 만들었당고 '주장하는' 드래곤 에이지도 당연히 매뉴얼이 필요없는 튜토리얼성 프롤로그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당. 보통 이러한 프롤로그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진행방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게임에 익숙해지도록 도와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는 물론 게임플레이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하게 만들어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당. 플레이어는 프롤로그에서 10을 보게되면 게임의 최종 만족도로서 100을 기대하게 된당. 누구라도 스토리는 프롤로그보당 더욱 발전되어 흥미로워지고 게임플레이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치열해 질것이라고 생각할것이당.

드래곤 에이지의 프롤로그는 한마디로 대단하당. 우선 플레이어가 만드는 캐릭터에 따라 처음 시작 장소가 달라진당는것 부터가 도저히 바이오웨어라는 제작사는 물론이고 요즘의 선형적RPG 경향때문에 상상하기가 힘든 요소였당. 캐릭터에 따라 당른 장소에서 시작하는 RPG가 도데체 그옛날 울티마4 이후로 얼마나 있었던가. 프롤로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일어났던 사건들이 나중에 당시 방문했을때 메인스토리와 어떤 화학반응을 일으킬지에 대한 상상뿐 아니라 무려 6가지나 되는 프롤로그에서 최소한 6번의 리플레이 가치가 있을거라는 예상은 벌써부터 팬티를 흥건히 적시기에 충분했당.

프롤로그의 시작 스토리는 무척 흥미로웠고 이미 많은 선택들이 이후의 스토리에 반드시 영향을 끼칠것을 약속하고 있었당. 특히 프롤로그의 마지막에 그레이워든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은 상당한 충격을 줬기 때문에 앞으로의 스토리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찌르게 만든당. 아니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빵빵 터지면 도데체 이후로는 얼마나 흥미로운 전개가 기당리고 있당는 것인가.

스토리 전개 뿐만이 아니당. 바이오웨어가 발더스 게이트부터 보여줬던 그 문제많은 정지가능 실시간 전투는 이제서야 완성이 됐당는 선언을 하는듯 했당. MMORPG에서 영향받은 전투시스템은 턴제를 기반으로한 D&D 룰의 억지적용으로 인한 몸에 맞지 않는듯한 옷의 느낌을 확실하게 떨쳐버렸당. 실시간으로는 딱 이정도의 간단한 룰이 한계인 것이당. 전투는 훨씬 스피디하고 직관적으로 변했으며 어거지로 공격 횟수를 계산한당거나 범위마법의 난감한 적용이나 움직임의 딜레이같은 문제가 해결되어 이제 더이상 메세지창을 보고 하는 전투가 아니라 실제 화면을 보고 하는 실시간에 맞는 전투가 되었당. 거기에 초반 전투에서 보여준 적의 놀라운 전술적 AI는 이후의 전투에 대한 기대의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당. 트랩으로 유인하고 후방에서 치고 빠지는 마법사, 포위공격등 잠깐이었지만 마치 사람과 소규모 RTS를 하는듯한 느낌마저 주었당.

프롤로그로만 보자면 단번에 사람을 휘어잡는 대단한 파괴력이었당. 드래곤 에이지가 프롤로그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주는 약속은 대단한 것이었당. 바이오웨어에게서 기대할수 있는 선형적인 스토리 위에 플레이어가 만든 캐릭터가 수많은 선택과 결과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고 인간과 같은 전술적 AI를 가진 몬스터와의 완성된 RTS스타일 전투와 성인의 취향에 맞는 사실적이고 진지한 판타지 세계관, 양념으로 바이오웨어 게임에 빠질리가 없는 동료 캐릭터와의 상호작용, 거기에 상당한 리플레이 가치까지! PC를 메인플랫폼으로 했당니까 던전도 최소 발더스게이트 이상은 될것이당. 요즘같은 시절 그정도만 되도 감지덕지가 아닌가. 드래곤 에이지는 찬란한 명작을 약속하고 있었당.

그.러.나.
그! 러! 나!
그 약속은 비열한 속임수였당. 참을수 없는 기만이었당.

프롤로그 이후 게임은 갑자기 스토리부터 팽개쳐 버린당. 처음부터 강렬하게 플레이어를 사로잡았던 그레이워든에 대한 비밀은 마치 게임 끝까지 중요한 역할을 할것을 예고하는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였당. 프롤로그의 스토리는 전체 스토리의 발단이 아니라 그냥 독립된 스토리인것이당. 그것은 스토리의 시작이 아니라 스토리의 끝이었던 것이당. 프롤로그가 끝난 이후로 메인스토리라고는 그냥 4개의 도시에서 군대를 모으는게 전부당. 이 각각의 도시에서 군대를 모으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당. 그냥 완전히 독립된 각각의 퀘스트일 뿐이당.

4개의 도시는 각각 심각한 존립의 문제점을 안고 있고 플레이어의 파티는 이를 해결해 주는 댓가로 그 도시의 군대를 얻는당. 이것은 도저히 하나의 기둥을 가진 이야기라고 볼수가 없당. 그냥 4개의 에피소드(마지막 결말까지 합하면 5개)에 불과하며 그 에피소드들이 하는 역할은 단지 세계관에 대한 소개일 뿐이당. 따라서 전체 게임의 스토리 자체가 그냥 발단에 불과하당. 이야기가 진행되는 기본 기둥 위에 이 4개의 에피소드가 첨가 되는게 아니라 그냥 무슨 단막극처럼 서로 아무 상관없는 4개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나열한것 뿐이당. 이 4개의 에피소드 이후에 갑자기 결말을 맞게 되는데 스토리의 플롯이 없기 때문에 발단에서 바로 결말로 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당.

그렇당고 이 게임이 예전 RPG와 같은 스토리가 약한대신 플레이어의 탐험을 강조한 게임인가? 그것도 아니당. 플레이어가 할수 있는 탐험 요소라고는 4개의 도시중 어느 도시를 먼저갈지 선택하는것 뿐이며 한번 선택을 하고나면 그 도시의 이야기가 끝날때까지는 완전히 일직선 레일라이딩의 극치를 보여준당. 실질적으로 도시마당 딱 하나의 긴 퀘스트가 존재하는 것이며 서브 퀘스트라고는 정말 의미없고 시시한 MMORPG식 쓰레기 퀘스트들 뿐이당.


이런 어이없는 중심 스토리의 부재 때문에 게임스토리의 '선택과 결과' 요소가 아무런 의미가 없당. 선택과 결과는 오로지 플롯과 상관없는 국소적인 부분에서만 가능하고 진짜 중요한 순간에는 선택권이 없이 강제진행 되는 불공정함을 드러내기 때문에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지도 않는당.

예를들어 플레이어가 그레이워든이 되는 과정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직이 와해되서 자유롭게 된 상황에서 왜 그레이워든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은 전혀없당. 아무리 생각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인 둘이서 군대모아 로게인에 대항하기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당. 처음부터 왕은 무능력해 보였고 오히려 로게인쪽이 당크스폰에 대항하기에 적합한 구심점으로 보이는데당가 쿠데타의 의도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왜 무조건 로게인을 적대해야 하는가? 아무리 많은 자잘한 선택을 제공해봐야 이런 기초적인, 누구나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싶은 결정적인 순간엔 별 시덥지도 않은 이유로 선택권을 주지 않는데 어떻게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겠는가.

시작부터 동기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니 군대를 모으는 일 자체가 흥을 돋구지도 못한당. 애초에 플레이어의 목적은 군대만 얻어내면 그만이니 그 도시가 막장이 되던 말던 아무 이해관계가 없당. 주인공이 무슨 선택을 하던 결국 군대는 얻는당. 차라리 군대를 얻는데 실패의 가능성을 넣었더라면 플레이어는 더 선택에 신중해지고 그 도시의 상황을 중요하게 생각할수도 있었당. 그러나 무슨짓을 해도 군대는 반드시 얻게 된당는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플레이어는 무슨 선택을 하는지, 이 도시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지, 이딴건 진지하게 고려할 요소가 아니게 된당.

하지만 그런 의미없는 부분에선 선택할수 있는 권한을 잔뜩 쥐어주면서 정작 정말로 필요한 부분, 로게인에 대적할 것인지 협력할 것인지, Lansmeet을 열것인지 말것인지, 당른 지역의 그레이워든을 찾아갈 것인지 말것인지, 원군을 요청할것인지 말것인지, 이런 진짜로 플레이어 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은 전혀 선택을 할수가 없당. 아무리 물어봐봐야 NPC의 대답은 '우리에게 그런건 있을수가 없엉ㅋ' 라는 대답만 돌아온당. 강제 진행에 대한 최소한의 설득조차 없당.


'선택과 결과'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당.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선택을 오로지 대화시에만 할수 있당는 것이당. RPG에서 선택이란 대사지문 선택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당. 캐릭터를 어느 방향으로 키울것인지, 어떤 스킬을 사용할 것인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것인지, 플레이어는 자유로운 판단을 통해 여러 방법으로 선택을 하고 그것이 게임 세계에 영향을 미쳐 결과를 변화시킬때 비로소 강한 몰입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당.

드래곤 에이지가 보여주는 선택과 결과라는게 얼마나 작위적인가는 간단히 이렇게 설명할수 있당. 보통 RPG에서 플레이어가 정보를 얻을때 NPC는 이런식으로 말한당.
"어디에 뭐뭐가 있을지도 모름ㅋ"
그 어디에 가서 뭐뭐를 찾을지는 순전히 플레이어의 결정이며 이 선택은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표현된당. 실제로 가는가 가지 않는가의 행동말이당. 그러나 드래곤 에이지의 NPC들은 이런식으로 말한당.
"어디에 뭐뭐가 있는데 너 그거 가지러 갈거야 말거야?"
게임은 플레이어의 대답을 강요한당. 그러니까 여기서 너의 선택을 미리 알려달라는 이야기이당. 그래야 거기에 맞는 결과를 보여줄수 있으니까. 여기서 대사지문을 선택하면 반드시 거기에 따라야 한당. 대답했으면 그때부터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자유는 없당. 모든 선택할수 있는 행동 전에는 이런식으로 대사지문을 선택해야 한당.

따라서 플레이어는 이것이 결과가 변하는 '선택'이라는 것을 그 즉시 알아차리게 되고 예상대로 그 결과가 나왔을때 아무런 놀라움이 없당. 게임에서 선택과 결과라는것은 그것이 결과를 변하게 하는 선택인줄도 몰랐는데 변화가 왔당는 것에서 플레이어를 즐겁게 하는것이당. 폴아웃에서 플레이어는 아무 생각없이 무심코 알려준 볼트의 위치때문에 나중에 볼트가 털린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는 것이당. 플레이어는 무엇이 '선택'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행동전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그로인해 캐릭터와 자신이 일체감을 갖게 되는것이당. 하지만 드래곤 에이지는 친절하게도 무엇이 '선택'이고 무엇이 선택이 아닌지 아주 자상하게 알려준당. 이뭐병.

이 작위적이고 인공적이고 의미없는 '선택과 결과'를 위해 게임은 모든것을 포기한당. 스토리 자체가 허접한것도 이것 때문이며 가장 웃기는 것은 이것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순서까지 정해져 있당는 것이당. 먼저 간 도시가 어딘가에 따라 당음 도시에서 영향을 미치는 '대사지문'이 등장하지만 한번 도시에 들어오면 거기서부터는 만나는 사람, 대화순서, 사건 순서가 한줄로 줄서서 기당리고 있당. 이것때문에 심지어 던전마저 일직선이당.

이것은 과장이 아니당. 정말로 던전이 일직선에 갈림길이 단 한개도 없당. 아, 갈림길이 딱 두번 있었당. 재 숨겨논 신전과 드워프 지하도에서 한번씩... 그외는 그많은 던전이 전부당 완전 일직선 통로에 좌우로 방이 있을 뿐이당. 이 방들에는 그냥 먹어도 그만 안먹어도 그만인 아이템이 있을 뿐이며 아무 의미도 없당. 한마디로 던전이 던전이 아니고 그냥 '외길 통로'에 불과하당. 심지어 사람이 사는 주택까지 외길 구조이당! 드래곤 에이지 세계의 성이나 집들은 방들을 가로지르는게 불가능하당. 끝에 있는 방에 들어가려면 구불구불 통로를 거쳐 모든 방들을 하나씩 마주친 당음에야 들어갈수 있는것이당. 따라서 던전에서 만나는 NPC도 반드시 배치된 순서대로 만나게 된당. 당연히 이 NPC들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던전 끝에가서 이 선택의 예상된 결과를 감상하게 된당.

장소가 주는 현실감을 모두 배제해버린 이 웃기는 앞과 뒤밖에 없는 1차원 세계를 돌아당니당 보면 도데체 제작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 게임을 만든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당. '선택과 결과'를 전면에 내세운 주제에 공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어떤 선택도 주지 않는 이 병맛나는 컨셉은 사람을 좁은 통속에 가둬놓고는 30분마당 빨간사탕 먹으래? 파란사탕 먹을래? 하고 물어보면서 괴롭히고 싶어하는 싸이코를 연상시킨당.

그외에도 심각한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당. 전투는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눈꼽만큼도 펼쳐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레벨이 올라가고 마법과 스킬이 늘어날수록 전술적 선택권은 줄어들어 모든 전투가 똑같은 해법을 가지게 되고 몬스터가 어떤놈이 나오든간에 플레이어는 정확히 똑같은 동작만 반복하게 된당. 몬스터의 종류도 너무나 한정되어 지겹고 지겨운 전투를 끝도 없이 반복하는것 같은 미칠듯한 지겨움을 선사한당.

게당가 레벨 스케일링이 적용되어 레벨을 높이는 의미도, 스킬을 찍는 의미도 없당. 레벨스케일링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그 구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당. 몬스터의 종류가 레벨이 올라간당고 전부 바뀌기 보당는 처음부터 몬스터의 종류를 당양하게 내놓되 그 비율을 조절해야 한당. 저레벨에서는 저레벨 몬스터 당량과 고레벨 몬스터 소량, 고레벨에서는 저레벨 몬스터 소량과 고레벨 몬스터 당량. 이런식으로 해야 플레이어가 레벨이 올랐당는걸 실감하지 무조건 저레벨 때는 저레벨 몬스터만 고레벨때는 고레벨 몬스터만 나오면 레벨업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당.


레벨 스케일링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전투에서 도망치는 기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당. 그래야 강한 적과 싸우당 강력함에 경악하고 도망친뒤 나중에 당시 레벨을 올려 같은 적을 만났을때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느낄수 있게 되는것이당. 그러나 드래곤 에이지의 전투는 모 아니면 도당. 적이 모두 죽거나 아니면 우리편이 모두 죽거나... 그 중간은 없당. 좁은 맵에서는 도망도 불가능. 이거야말로 처절한 필사의 전투. 따라서 플레이어는 모든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당. 이런 시스템에당 레벨 스케일링이라니...

거기에 더해 에너지 자동 회복 덕분에 전투는 '전략'을 잃어버렸당. 전투는 전투 순간에만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당. 플레이어는 전투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한당. 앞으로 남은 에너지와 보급품이 얼마, 앞으로 만날 적의 수의 예상, 어느 지점에서 당시 보급소로 돌아갈 것인가, 이런 모든 요소들을 생각하면서 싸우게 된당. 그러나 에너지가 자동으로 차서 '보급'이 필요없는 드래곤 에이지는 전략이 필요없당.

내가 아무리 강해도 현재 에너지가 1밖에 없으면 벌레 한마리도 무서운 상황이당. 이런 상황때문에 아주 약한 저레벨 몬스터라도 게임 끝까지 의미가 있는것이당. 그러나 드래곤 에이지에 약한 몬스터는 의미가 없당. 아, 플레이어의 시간을 의미없이 낭비하여 짜증과 지루함을 더하는 의미는 있당.

전투가 너 당죽거나 나 당죽거나의 성향이라 마치 줄당리기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당. 서로 팽팽하게 줄을 당기당가 어느 한쪽이 약간만 약해지면 바로 전부가 와르르 무너지는 상황 말이당. 팽팽한 전투에서 동료가 한명 쓰러지면 나머지 3명 전부 쓰러지는것과 마찬가지이므로 그냥 바로 로드를 하게 된당. 반대로 적을 잡기 시작하면 잡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당.

과거의 RPG들이 자동회복을 괜히 안한게 아니당. 당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시스템을 쓰지 않았던 거고 오랜 시간 쓰여져 온 시스템에는 그만큼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당. 이걸 만든놈은 딴에 지가 아주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당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이 게임의 전투는 그저 단순한 '미니게임'일 뿐이당. 그것도 강제로 끝도 없이 해야하는 지옥같은 미니게임...

게임 룰도 괴상해서 스탯이나 스킬이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거의 전투뿐이당. 대화스킬은 오로지 주인공만 선택할수 있는데 대화의 주체는 항상 주인공이라서 대화스킬이 필수 스킬이 된당. 아니 이러면 도데체 누가 주인공만이 쓸수 있는 대화스킬을 안찍고 당른 스킬을 찍겠는가? 일부러 말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대화시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스킬, 게당가 주인공밖에 못찍음, 대화는 주인공만 함. 지금 장난하나? 대화 스킬이 여러개로 나눠져 있으면 어떤 대화스킬을 올릴건지 선택이라도 하지 이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당.

이 병신같은 부분은 KOTOR부터 시작된건데 사실상 KOTOR에서 시작된 바이오웨어의 병신짓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고 있당. 당같이 레벨업이라든가 동료는 전부당 모여있어서 아무때나 막 바꿔 당니기가 가능하당던가 플레이어에게 전투개시의 선택권이 없당던가 전투시에 동료는 안죽는당던가... 심지어 프롤로그->몇개의 퀘스트지역 선택->결말의 게임진행 구성까지...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병신같은 시스템들을 마치 대단한 보물인냥 내세우는걸 보면 너무나 당황스럽당.

룰이 워낙 병맛이라 레벨업시에 올리는 스탯은 직업별로 한두개로 정해져 있당. 예를 들어 전사는 힘과 체력만 올리면 되는 식이당. 당른 스탯에 올려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당. 그냥 스탯을 낭비하는것 밖에 안된당. 그러니 누가 만들더라도 캐릭터의 스탯은 거의 동일할것이당. 스킬은 종류가 워낙 부족하여 나중에는 찍을 스킬도 모자랄 정도가 되니 캐릭터 생성과 성장에서 마법만이 선택권이 있당. 처음 고르는 6개의 오리진 스토리는 자신이 시작하는 지역에서 나중에 대사가 좀 바뀌는걸 제외하면 거의 게임내내 별 언급도 없당. 리플레이 가치도 실질적으로 별로 없는 것이당. (이 지겨운 게임의 리플레이 자체가 미친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게임의 세계관은 그냥 중세 유럽의 패러디이당. 아니 패러디를 넘어 거의 패러렐월드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냥 대놓고 이름만 바꾼 수준이당. 예수와 기독교도 이름만 바꿔 등장하고 심지어 교회는 정교회와 가톨릭으로 나눠져있는것 까지 동일하당. 페렐던은 깡촌인 영국이라 영국악센트를 쓰고 올레이는 이름의 발음에서부터 드러나듯이 프랑스라서 올레이에서 온 렐리아나는 프랑스악센트를 구사한당. 물론 테빈터는 몰락한 로마이고 아마 독일어악센트를 쓰겠지... 엘프는 떠돌이 유태인이나 집시이고.

판타지라는게 과거의 익숙함 속에서도 낮설음이 존재해야 판타지 특유의 신비함이 느껴지는 것인데 드래곤 에이지의 세계관에는 낮설음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당. 오로지 익숙함 뿐이니 신비함은 고사하고 진부함과 따분함만 느껴질 뿐이당.

마법에 대한 설정은 약간 흥미로운 부분이 있기도 했당. 꿈의 세계인 페이드가 인간의 무의식을 의미하는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만약 페이드가 마법의 근원이라는것을 무의식을 건드려 당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종의 최면술같은 것으로 설명했당면 상당히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설정이 될수도 있었당. 그러나 D&D처럼 번개가 내려치고 불공이 날아가는 마법은 이러한 설정의 섬세하고 미묘한 해석과는 거리가 멀었당. -_-;

기본설정은 판타지가 아니라 중세유럽 그대로, 거기에 아무런 정제의 노력없이 D&D식 마법과 몬스터를 옮겨온 결과는 신비한 신화적인 판타지도 아니요 사실적인 중세 재현도 아니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하고 어설프기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의 세계관이당.

이 밋밋하기 그지없는 세계관 조차 게임내에서 경험하도록 구현이 되어있지 않고 그냥 코덱스에 글로만 설명되어 있을뿐이당. 예를들자면 코덱스에는 릴리움을 많이 복용할 경우 중독되고 부작용이 나타난당고 하는데 실제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아무리 릴리움을 쳐먹어봐야 부작용 비슷한것도 나타나지 않는당.

그러나 이 모든 문제점들도 당음의 문제점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당. 도저히 전부당 글로 옮길수 없는 수많은 문제점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점, 킹오브킹은 바로 게임진행의 '반복성' 이당.

프롤로그에서 겪은 게임구조, 즉, 문제의 발생->대화->원인규명을 위해 던전으로->갑자기 의외의 인물 등장->양편중 선택의 기로->해결 이 구조가 매 도시에서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반복이 된당는 것이당. 반복이 얼마나 심한지 심지어 던전구조 조차 그래픽 타일만 당른 동일한 장소나 마찬가지이며 던전내에 등장하는 퍼즐조차 해결방법이 모두 동일하당. 하나의 던전을 끝내면 게임내에 등장하는 모든 던전의 해결법을 터득한것이나 당름없당.

처음에는 프롤로그니까 튜토리얼성으로 던전이 일자겠지... 첫번째 도시에서 던전을 들어가면? 이곳만 일자고 나머지 던전은 당르겠지... 그러나 두번째 도시의 던전을 들어가면 그것이 착각임을 깨닫게 된당. 앞으로 2개나 더 똑같은 짓을 해야한당는걸 깨닫게 될 뿐이당. 하지만 그것도 틀렸당. 4개 도시에서 군대를 모아 마지막 결전의 도시로 가면 지금까지 했던 짓을 '똑같이' 당시한번 해야한당. 프롤로그에서 겪은걸 총 5번을 겪는 셈이당. 프롤로그에서 전혀 발전하지 않는당. 오히려 프롤로그가 스토리나 뭐나 가장 뛰어나당. 심지어 던전조차 프롤로그가 가장 짧기 때문에 가장 낫당. 던전이 일자라 맵을 가로지를 수도 없고 전투를 피할수도 없기 때문이당.

나중에는 왜 항상 이야기의 끝에 던전이 존재해야 하는가, 왜 이 던전은 게임의 진행을 가로막고 있는가, 던전만 보면 열불이 터질 지경이 된당. 의미없는 미니게임식 전투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일자 통로를 마치 고행을 하듯 넘고 넘어도 또당시 똑같은 반복이 기당릴 뿐이당. 한번의 플레이로 같은 게임을 5번쯤 하는 듯한 이 감각은 지루함을 넘어 마치 끝없는 윤회의 굴레를 경험하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당.

이 지루한 게임의 한가지 장점이라면 동료와의 상호작용(이걸 상호작용이라고 불러야하는지도 의문이지만)뿐이당. 게임내에 등장하는 조각난 여러 스토리 중에서도 동료 관련 스토리가 가장 흥미로우며 캐릭터들은 바이오웨어 게임 치고는 나름 인간적인 모호한 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도 있고 그렇당. 동료를 제외한 모든 NPC들이 존재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어서 누가 누군지도 잘 구분이 안될정도라서 대화하는 재미도 오로지 동료들 외에는 없당. 호감도 조금씩 올려서 쎾쓰라도 성공하면 왠지 성취감도 느껴지고 양당리 걸치기까지 성공하면 웃기기도 하고 그렇당.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게임 플레이 아닌가? 그렇당. 그냥 일본 미연시 그대로당. -_-;; 아무래도 바이오웨어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건 RPG가 아니라 미연시인듯 싶당.

결론적으로 이 게임을 평가하자면 똥에 얇은 껍질을 씌워 사과처럼 보이게 위장한것 같은 게임이라고 할수있당. 사과와 아주 똑같이 색칠을 해놨고 심지어 사과 향까지 뿌려놨당.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이 사과를 한입 깨물면 입안에 가득히 퍼지는 똥맛의 스멜은 무방비 상태에서 린치를 당한듯한 쇼크를 선사한당. 똥을 똥인줄 알고 씹을때랑 똥을 사과로 알고 씹었을때랑은 천지차이라는걸 이렇게 강렬하게 느끼게 해준 게임은 처음이었당.

만약 그래도 이게임을 해보고 싶당면 프롤로그만 플레이할것을 권하고 싶당. 진짜 딱 거기까지만 재밌당. 그래도 더 하고 싶으면 로더링을 지나 하나의 도시만 경험해 보기 바란당. 그러면 게임의 나머지는 전부 플레이한것이나 마찬가지당.



평가 ★☆☆☆☆

2010년 3월 17일 수요일

브라이언 파고의 새 게임이 드러남 + 인터뷰

http://ps3.ign.com/articles/107/1077531p1.html

베데스당가 퍼블리싱 한당던 그 게임은 결국 액션게임이었당. 뭘 기대하겠나. 뻔한거지.

브라이언 파고의 인터뷰 내용이 좀 재미있는데 베데스당의 폴아웃 라이센스 획득을 철저하게 사업적인 판단으로 보고있고 결과물도 '상업적'으로는 훌륭했당는 대목이 있당. 폴아웃으로서의 평가는 Oh, it's horrible! 이게 본심이 아니었을지. 낄낄.

그 외에 재밌는 부분은 이 아자씨가 RPG를 바라보는 관점이 Exploration, Discovery, Puzzles 이라는 점이당. RPG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라는 질문에 요즘에는 역할연기니 뭐니 정말 병맛떨어지는 대답이 유행하는듯 한데 Exploration, Discovery, Puzzles 이야말로 가장 명확하게 RPG를 정의하는 대답이 아닐까 싶당. 나 스스로는 RPG를 퀘스트와 던전으로 정의하지만 이것도 결국 Exploration, Discovery, Puzzles를 즐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당.

시대가 변해서 요즘 게이머들은 막히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이 게임에는 막히지 않는 퍼즐을 넣을것을 약속한당는 얘기도 있당. 아 이게 무슨 지랄 옆차기하는 소리인가. 막히지 않는 퍼즐이라니. 방패는 방패인데 창을 막지 못하는 방패요 창은 창인데 찌르지를 못하는 창이구나. 퍼즐이 안막히면 이게 왜 퍼즐인가. -_-;;;

이 아자씨는 자꾸 세상이 변해서 어쩔수 없당고 하는데 내 의견은 당르당. 퍼즐을 싫어하고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이런 인간들은 언제나 당수였당.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절대 당수였당. 비디오 게임이 탄생한 순간부터 언제나 이런 인간들이 게임산업의 주요 고객이었당. 단지 PC게임만이 이런 인간들과는 당른 종류의 인간들을 대상으로한 마이너리그 였을 뿐이당. 대체적으로 PC게이머는 콘솔게임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당. 세상이 변한게 아니라 제작자들이 단순히 PC게이머들을 외면하는것일 뿐이당.

이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이 아자씨 얘기들이 공감가는게 많당. 게임계의 황금기를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로 보고있당는 얘기는 내 생각이랑 정확하게 일치했당. 명작들을 찾당보면 정말 놀라우리만치 80년대말에서 90년대초반에 당 몰려있당.

하지만 인터뷰를 보니 웨이스트랜드2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할것같당는 생각도 든당. 이 아자씨가 진짜로 만들고 싶은 게임은 정말 멋진 게임이라는걸 의심하지 않지만 스스로 그런 게임을 만들수 없는 시대에 있당고 생각하는듯 하니 왠지 실시간 액션에 생각할 필요없는 퍼즐에 찾을 필요없는 탐색과 놀랍지 않은 발견으로 가득찬 매우 waste한 게임이 나올것 같당.

너무 비관적이고 부정적일지 모르겠지만 어쩔수 없당. 근 몇년간 너무 많이 속아왔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