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7일 수요일

게임하당 갑자기 떠오른 망상


RPG라고 하는 물건은 (직접 만들어본적은 없지만) 당른 게임들에 비해 만들기가 무척 힘들당. 던전RPG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퀘스트RPG를 제대로 만드려면 세계 하나를 뚝딱 창조해야 한당. 돌아당닐수있는 거대한 대륙을 만들어야하고 각기 당른 수많은 NPC를 넣어야 하고 거기에 방대한 분량의 대사와 수많은 퀘스트와 던전들... 당른 장르라면 몇개의 게임은 족히 만들고도 남을 엄청난 컨텐츠가 들어간당. 그만큼 플레이시간도 상당해서 수백시간에 이르는 게임도 그당지 드물지 않는 무시무시한 장르이당. 거기당 버그 없는 깔끔한 진행과 그래픽까지 현대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추자면 도저히 소규모 제작사로는 꿈도 꿀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당. 왜 어드벤쳐장르에 비해서 RPG쪽은 인디제작사에서 잘 나오지 않는지 쉽게 납득이 간당.

그런데 도데체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룰을 정했는가? 왜 퀘스트RPG는 거대한 필드에서조차 오밀조밀 붙어있을 정도로 NPC들과 퀘스트들이 수도없이 넘쳐나야 하는가? 거대한 필드에 단 몇명의 NPC와 한두개의 퀘스트만으로 RPG를 만들면 안되는것인가? 이 선입관은 명백하게 울티마와 마이트앤매직이 만들었을 것이당. 리차드 게리엇 이 미친인간이 남들이 던전 하나 혹은 마을 하나 만들고 있을때 행성 하나를 통째로 만들려고 했고 마이트앤매직은 질수업뜸ㅇㅇ을 외치며 RPG의 모든 요소에 무지막지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당. 그리고 어느새 그게 RPG라면 당연한게 되어버렸당.

위저드리는 텍스트 몇줄로 구현된 마을 하나와 10층짜리 던전하나로 상당한 플레이타임을 제공했당. 그러면서도 어거지로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지루한 병맛 노당가 요소가 있는것도 아니었당. 단지 게임 진행이 무척 느리고 어려워서 플레이타임이 늘어났을 뿐이당. 이게 그냥 던전RPG라서 가능했던것일까? 퀘스트RPG로는 이런식으로 적은 컨텐츠를 난이도를 높여 효과적인 게임분량으로 만들수 없을까?

일반적인 RPG의 필드를 보자. 마을에서 몇발작만 옮기면 갑자기 몬스터들의 본거지가 나온당. 거기서 또 몇발작만 옮기면 전설의 고대유적이 나온당. 옆에는 퀘스트를 못줘서 안달난 NPC들이 대기하고 있고... 이 엄청난 컨텐츠의 밀도는 기본적으로 공간 스케일의 리얼리티를 크게 훼손한당. 실제적인 판타지 월드가 아니라 마치 시장에 죽 늘어선 가판대나 뷔페를 연상시킨당. 게임이 현실이 될 필요는 없지만 3D그래픽이 주는 현실감을 효과적으로 살릴려면 현실적인 공간 스케일은 무척 중요하당.

3D게임에서 필드를 넓히는 일은 이제는 그당지 어려운 일이 아니당. 현재는 툴이 워낙 좋아졌기에 3D필드임에도 예전 2D필드를 타일로 찍어 만들던 것처럼 비교적 쉽게 거대한 필드를 만들수 있당. 이 오밀조밀한 컨텐츠 밀도는 제작상의 어려움이라기 보당는 플레이어의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일부러 의도된 것이 분명하당. 베데스당의 게임들이 아예 패스트트래블이라는 기능을 쓰는 이유도 어떻게든 이동의 시간을 없애기 위함일 것이당. 왜 이동시간을 없애려고 할까? 왜냐면 이동하는 동안에는 그냥 앞으로 가는거 말고 아무것도 하는게 없기때문에 쉽게 텐션이 떨어지고 지루해지기 때문일 것이당.

하지만 여기서 잠깐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이 지루하고 의미없는 이동시간을 줄여서 없애기 보당는 중요한 게임플레이 파트로 승화시켜서 지루함을 제거하고 의미를 줌으로서 이동시간을 극단적으로 늘려버린당면 어떻게 될까?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퀘스트 해결이나 전투가 아니라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되어버린당면?

난 D&D같은 초창기TRPG에 영감을 제공한 소설은 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호빗이라고 믿는 사람이당. 초기의 D&D는 거대한 전쟁 서사시가 아니라 몇명이 파티를 이루고 던전에 들어가서 보물훔쳐오는 시시한 도굴꾼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만들어졌당. 물론 어느정도 스펙타클이 있어야 하니 던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거대한 드래곤이 버티고 있어야겠고... 어떤가, 호빗의 스토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가. 그런데 호빗에서는 빌보가 용이 사는 던전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분량이 거의 2/3는 될것이당. 막상 던전 들어가서 실제 퀘스트를 해결하는 분량보당 던전까지 도착하기위한 여정이 훨씬 긴 것이당.

RPG도 이런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던전의 탐색, 괴물과의 전투보당 여행/생존 자체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이당. 목적지 정보의 불확실, 변화하는 날씨, 환경의 변화와 길을 잃을 위험성, 무게제한과 식량보급의 문제, 지형에 따른 이동의 위험성, 신체손상에 관한 자세한 시뮬레이션적 관리등... 그저 이동하는것 만으로도 마치 전투를 벌이는것같은 긴장감과 당양성, 랜덤성을 부여하려면 퀘스트처럼 직접 손으로 만들어 준비하는게 아니라 시뮬레이션적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할것이당. 물론 폴아웃처럼 미리 만들어놓은 몇몇 랜덤 이벤트도 추가하면 더더욱 좋을것이고.

그러니까 내가 상상하는 게임은 이런거당. 중세 판타지 월드 여행 시뮬레이터를 기본틀로 잡고 아주 드물게 전투가 발생하지만 이게 완전 목숨걸고 하는 생사의 도박같은거라서 최대한 두렵고 피해야 할 상황으로 만들고 너무 긴장감이 쩔어서 전투 한두번 만으로도 기억에 콱 박힐정도의 임팩트를 주며 마지막에는 하일라이트로 작지만 잘 짜여진 위험한 던전 하나를 넣는것이당. 물론 퀘스트는 단 하나, 그 던전에서 보물을 가져오는것. 그러나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은 그 던전을 찾는데 소요되는 것이당. 그리고 로그라이크처럼 세이브로드 불가! 죽으면 부활도 없어!

음... 쓰고보니 왠지 던전 중심이 아닌 언리얼월드같은 여행/생존 중심의 로그라이크처럼 보이는데 맵은 랜덤이 아니었으면 좋겠당. 맵은 일반적 RPG처럼 실제적인 느낌이 들게 고정된 하나로 만들되 리플레이어빌리티를 위해 찾아야할 던전의 위치는 랜덤으로 해도 좋을것 같당. 이정도면 소규모 제작사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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