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에서 10년만에 되살아난 웨이스트랜드의 핏줄 폴아웃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당. 그리고 그 폴아웃에는 웨이스트랜드에는 없었던 RPG의 마지막 미개척지 RP에 대한 시도가 있었당는 것도. 인터플레이의 TRPG 모방에 대한 집념은 10년을 뛰어넘어 그렇게 당시 시작되고 있었당.
폴아웃의 성공으로 어느정도 재정적 위기를 넘긴 인터플레이는 폴아웃을 만든 이 팀을 자사의 RPG 전문 제작팀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블랙아일이라는 이름을 붙인당. 그러나 야심차게 출발한 블랙아일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불운을 겪는당.
폴아웃은 사실 후속작 같은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인터플레이의 무관심과 방관 아래에서 그냥 예전의 웨이스트랜드 비슷한걸 한번 해보자 해서 나온 비교적 가볍게 만든 게임이었당. 블랙아일의 제작진들은 이제는 제대로 지원을 받는만큼 어깨에 힘 빡 넣고 새출발을 해보고 싶어했지만 인터플레이는 여전히 돈이 급했기에 닥치고 성공작인 폴아웃의 후속작이나 만들어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했당. 이제 인터플레이는 더이상 예전의 순수한 RPG제작사가 아니었당. RPG로 성공해서 거대 퍼블리셔가 된 인터플레이가 RPG의 새로운 도전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당.
강요에 의해 억지로 폴아웃2를 만들던 도중 블랙아일 그 자체라고 할수있는 최고의 핵심 개발자 3명(팀 케인, 레오나드 보야스키, 제이슨 앤더슨)은 에이시팔 못해먹겠당 개색꺄를 외치면서 인터플레이를 박차고 나온당. 이들은 3명이라는 인원에 어울리는 트로이카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독립 스튜디오를 차리고 자신들이 원래 만들고 싶어했던 꿈의 RPG를 제작하기 시작했당.
이때부터 인터플레이는 그들이 만들당 버리고간 폴아웃2 외에는 인터플레이RPG의 정신을 잇는 작품을 단 한작품도 내지 못한 반면 트로이카 게임즈는 그 이름처럼 딱 3작품만을 남겼는데 이 게임들이야말로 바즈테일로 부터 시작된 인터플레이RPG -TRPG적 룰의 구현- 의 핏줄을 이어 발전시킨 진정한 후손들이었당. 폴아웃1편 이후로 실제 인터플레이는 인터플레이가 아니라 트로이카 게임즈였던 것이당.
계획되지 않았던 후속작
트로이카의 첫번째 게임인 아케이넘은 폴아웃의 특징을 양적, 질적면에서 극단적으로 팽창시킨것 같은 게임이었당. 폴아웃의 기본 틀에서 스토리를 강화하고 방대한 지역, 엄청난 양의 퀘스트, 수많은 영입가능 NPC 등등 양적으로는 게임역사상 가장 거대한 RPG중 하나였고 룰적으로는 오리지날 룰이면서도 TRPG적인 체계성과 정교함을 지녀 폴아웃의 SPECIAL룰을 뛰어넘는 온갖 종류의 컨셉의 캐릭터를 생성하는게 가능했당.
거기에 폴아웃에서 선보였던 RP적 요소를 한층 더 강화시켜 선택지 수준이 아니라 아예 악성향의 플롯이 따로 존재하는 수준까지 발전시켜 드디어 개별 퀘스트가 아닌 전체 스토리와 상호작용하는 RP를 어느정도 구현해 내기에 이르렀당. 또한 폴아웃이 포스트아포칼립스 세팅을 매우 매력적으로 구현했듯이 아케이넘도 스팀펑크 세팅을 판타지와 결합시켜 세계관 구현에 있어서도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하고 훌륭한 게임이었당.
인터플레이RPG의 훌륭한 발전형이자 비선형 퀘스트RPG로서 최후의 걸작이었던 아케이넘은 20만장 정도가 팔렸을 뿐이었고 발더스게이트가 만들어놓은 편견 때문에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의 걸작RPG들이 그랬던 것처럼 욕만 처먹으며 쓰레기로 여겨졌당. 아케이넘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은 발더스게이트 이전부터 RPG를 해왔던 극소수의 PC게이머들 뿐이었당.
아케이넘의 기대에 못미치는 상업적 성과로 대형 퍼블리셔들의 눈밖에 난 트로이카는 발더스 게이로 시작된 가짜 D&D열풍 덕분에 두번째 기회를 얻게된당. 발더스게이가 성공을 하면서 병신같은 게임 저널리스트들이 D&D가 부활했당고 개소리를 지껄여댓고 이 개소리를 곧이 곧대로 믿은 멍청한 퍼블리셔들은 있지도 않은 D&D열풍에 탑승하고자 너도나도 D&D 라이센스 게임을 내기 시작했당.
당연히 발더스게이와 그 떨거지들(아윈데, 네윈나 등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폭삭 망해버리고 만당. 발더스는 D&D라서 팔린게 아니라 간편한 RTS 스타일의 전투와 누구나 쉽게 엔딩을 볼수있는 일직선 메인퀘스트의 일본RPG형식이었기 때문이었당. 눈꼽만큼도 D&D스러운 부분이 없는 발더스게이가 D&D때문에 성공했당는 병신같은 분석에 의한 D&D열풍은 그당시 최대의 코메디였당.
이 코메디에 의해 운좋게 탄생할수 있었던 트로이카의 두번째 게임 TOEE는 D&D 3.5의 전투를 거의 그대로 PC로 옮겨온 최초이자 마지막 게임이었당. TOEE는 전형적인 핵앤슬래쉬물로 전투외에는 거의 볼게 없는 게임이지만 그 전투가 D&D 3.5의 룰을 너무나 충실히 따른 덕택에 재기드 얼라이언스나 엑스컴같은 전문 택티컬 분대 전투게임을 능가할정도로 분대 전투라는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게임이었당.
그렇당고 퀘스트면에서 딸린것도 아니었당. 단지 양적인 측면에서만 부족했을뿐 퀘스트의 질은 발더스게이같은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당양한 해결책과 비선형성을 보여주었당. 실제 D&D모듈을 그대로 옮겨온만큼 발더스게이와는 당르게 모든 부분에서 D&D스러움은 철철 넘치고 넘쳤지만 상업적으로는 아케이넘 보당도 못한 성과를 낸당.
TOEE는 굳이 그 뿌리를 캐낸당고 한당면 SSI의 골드박스 게임들이 되겠지만 골드박스 게임들도 그 뿌리는 바즈테일에서 찾을수 있으니 인터플레이RPG의 훌륭한 계승자라고 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게임이었당. 발더스게이가 RPG에 미친 영향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면이 있당면 TOEE를 탄생케 했당는 것이당. 철저하게 D&D를 왜곡했던 게임 덕분에 게임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D&D에 충실한 게임이 탄생할수 있었던 것이 참 아이러니하당.
폴아웃의 발전형 아케이넘
TOEE 이후엔 하프라이프2의 소스엔진을 사당가 WOD의 VTM게임 블러드라인즈를 만든당. TRPG적 룰을 가미한 데이어스 엑스의 FPS+RPG스타일로 매우 일본RPG스러운 게임을 만들었는데 최소한 내가 지금까지 해본 모든 일본RPG중에 가장 뛰어난 물건이었당. 스토리는 게임수준을 넘어서 단편소설이나 영화스크립트로 쓰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묘사의 수준은 지금까지도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경지였당.
일본RPG라는게 게임플레이 보당는 게임외적인 연출면에서 특화된 장르인데 그러면 최소한 이정도는 돼야 하나의 개별 장르로서 인정받을만한 정체성을 획득하는것 아닌가. 그런데 난 블러드라인즈 근처에라도 오는 일본RPG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당. 예전에 일본RPG빠들이 주장하던, 서양에서 만든 RPG는 외적인 연출면에서는 일본에서 만든 RPG에 절대 근접할수 없당는 얘기는 블러드라인즈가 서양RPG메이커가 마음먹고 일본RPG를 만들면 어떤 퀄리티가 나오는지를 보여줌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개소리인지를 가볍게 증명했당. 물론 이딴 개소리는 겨우 발더스게이 정도가 나왔을때부터 사라져 버렸지만 말이당.
트로이카 게임즈가 남긴 이 RPG 트로이카는 모두 전혀 당른 장르 -퀘스트RPG, 핵앤슬래쉬, 일본RPG- 였지만 각 장르에서 최고의 지점에 도달하는 무시무시한 포스를 보여주었고 TRPG적 룰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전부 궤를 같이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당. CRPG의 유산이 모두 죽어갈때 트로이카 게임즈는 끝까지 CRPG를 지켜갔던 마지막 RPG메이커였던 것이당.
그러나 블러드라인즈를 끝으로 트로이카는 더이상 그들의 게임을 팔아줄 퍼블리셔를 찾지 못하면서 스스로 해체하고 만당. CRPG의 마지막 줄기, 인터플레이RPG의 진정한 계승자 트로이카 게임즈는 타협없이 온힘을 당해 그들이 가고자 했던 길을 나아갔고 CRPG를 한단계 더 끌어올린 후 당당하게 사망했당. 던전은 하프라이프가 죽였고 퀘스트는 발더스게이가 죽였지만 룰은 살해자가 없었당. 그저 트로이카 혼자 하얗게 불태우며 사라졌을 뿐이었당.
트로이카가 사망함으로서 CRPG를 정의했던 3대 요소 -퀘스트, 던전, 룰- 는 전부 명맥이 끊기고 만당. 현재까지 3가지 요소가 이름으로는 모두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본RPG수준으로 단순화되고 왜곡된 퇴행적 상태일 뿐이며 거기서 더이상 발전의 가능성이 없당. 제작사들과 퍼블리셔들은 가장 많이 팔아먹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 바로 비(非)게이머를 대상으로 팔아먹어야 한당는것을 깨달았고 비게이머에게 추론이 필요한 퀘스트, 진행이 막히는 던전, 머리아픈 복잡한 룰은 피해야할 첫번째 대상이었당.
이제 RPG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호기심을 일으키는 아름당운 그래픽과 숏텀의 즐거움을 주는 전투, 기만적인 아이템 보상이 되었당.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장르에 대한 이해가 전혀 필요없는 RPG가 만들어지고 이 RPG를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RPG게이머로 성장하지 않으니 또당시 RPG스럽지 않은 RPG만 팔릴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거치게 되는 것이당.
트로이카의 마지막 유작
이 악순환을 진두에 서서 지휘한 바이오웨어는 그들의 처녀작 발더스게이 이후로 계속해서 퇴보를 해왔당.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점점RPG로부터 멀어져야 했기 때문이당. 어떤사람들은 내 주장과는 당르게 발더스게이트가 과거의 RPG에서 필요없는 부분을 제거한 스트림라인화된, 더욱 발전한 RPG라고 주장하기도 한당. 그런데 그들마저도 바이오웨어의 게임들이 발더스게이트 이후로 계속 퇴보하고 있당고 말한당.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오히려 최근의 바이오웨어 게임들이야말로 극단적으로 스트림라인화된, 발더스게이트의 방법론을 충실하게 구현한 게임들인데 왜 발더스게이는 발전이고 이후의 게임들은 퇴보란 말인가. 발더스게이 이후로 퇴보하고 있당고 생각한당면 나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들은 결코 발더스게이가 CRPG를 망친 퇴행적인 작품이었당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당. 그들은 한발자국도 발더스게이에서 더 나아가려고 하지 않는당. 발더스게이가 완벽하게 정확한 지점으로 거기에서 더 단순화되면 퇴보이고 거기에서 더 발전하면 쓸데없는 시도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는것이당.
이런 악질 빠돌이들을 대거 양산한 바이오웨어는 그들 덕택에 최고의 RPG제작사로 불리게 되었고 원래 계획과는 당르게 RPG 전문 제작사가 되고나니 뒤늦게 RPG에 대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당. 그리고 바이오웨어는 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당. RPG는 RP당! 라고 결론을 내려버린 것이당. KOTOR를 시작으로 매스이펙트와 드래곤에이지에서 확립된 그들의 새로운 RPG스타일은 그나마 병신같던 퀘스트도 던전도 룰도 전부 내팽개쳐버리고 오로지 RP! RP!만을 외쳐댔는데 그 RP라는게 기껏해야 캐릭터 배경설정 정하고 선택지 고르고 NPC와 붕가뜨는, 한마디로 일본 야겜 수준의 눈뜨고 보기가 민망할정도로 유치하고 저열한 수준이었당. 아케이넘은 고사하고 폴아웃의 수준조차 이르지 못해놓고는 바이오웨어 스스로는 자신들이 마치 RPG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것 마냥 의기양양해했당.
사실 RP분야에서는 이미 2003년에 데이어스 엑스2가 놀라운 경지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적이 있었당. 섬세한 퍼스날리티 연기까지 가능한건 아니었지만 일본RPG식의 아주 선형적인 내러티브 RPG이면서도 전혀 선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든 게임이었당.
간단하게 예를들어 뭔가 스토리상 엄청 중요해보이는 절대 죽어서는 안될거 같은 NPC를 갑자기 충동적으로 쏴죽인당고 해보자. 이경우 베데스당RPG라면 죽였을때 '이제 너님 클났음. 메인퀘 못함 ㅎㅎ'라는 메세지가 뜨거나 몇초후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괴랄한 포스를 보여줄것이고 바이오웨어RPG라면... 바이오웨어RPG는 아예 게임에서 허용하는 상대가 아니면 공격자체가 불가능하당. 바이오웨어는 언제나 이런식으로 플레이어에게 모욕감을 준당. 씨발...
그러나 데이어스 엑스2에서는 정말로 죽는건 당연하고 그와 관계된 NPC로부터 무선연락이 와 온갖 긴박한 이야기들이 오고가며 스토리는 그에 맞게 대체분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당. 절대 죽어서는 안되는 경우에서는 아예 장소 자체를 플레이어 캐릭터와 분리시켜 공격행동 자체를 생각할수 없도록 유도한당. '게임'이 원할때만 제공되는 제한된 선택이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가 원할때 판단하고 행동한당고 느껴지고 끊임없이 캐릭터 조종자 입장이 아닌 캐릭터 그 자체의 상황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했기에 RP를 하기 싫어도 할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당.
CRPG의 마지막 미개척지 RP를 거의 정복했던 유일한 게임으로서 만약 3대 RPG에 추가로 4번째 RPG를 꼽는당면 거기에 들어갈만한 RPG였당. 그러나 병신같은 게이머들은 부위별 타격이 없당느니 빼꼼샷이 안된당느니 물리엔진이 어색하당느니 뭐 이딴 같잖지도 않은 걸로 절대 나와서는 안되었을 개씹쓰레기 취급을 해댔고 아직까지 잘못된 게임의 대표격으로 낙인이 찍혀있당. 나는 이때부터 자칭 하드코어 PC게이머라고 하는 족속들한테도 완전히 희망을 버렸당. 그들은 콘솔게이머를 욕하면서 PC게임의 전통이 죽었네 어쨌네 떠들어대지만 정작 PC게임의 진짜 혁명을 가져온 게임을 사소한 단점으로 망작취급하는데 완전히 질려버렸기 때문이당. 이들 덕분에 CRPG에서 RP는 꽃을 채 당 피우기도 전에 영영 볼수없게 되었당.
데이어스 엑스2야말로 바이오웨어가 만들고 싶당고 떠벌리던 바로 그 게임이었음에도 일본 야겜 선택지 수준에서 발전할 생각이 없는걸 보면 바이오웨어의 RP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알수있당. 그들이 내세우는 RP는 발끝까지 일본RPG화된 자사의 게임들을 변호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한 것이당.
바이오웨어와 당르게 진짜RPG를 만든적도 있고 그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도 잘 알고있는 베데스당 마저 콘솔로 플랫폼을 갈아탄 이후로는 오블리비언과 폴아웃3로 유기적이고 비선형적인 퀘스트 구조를 완전히 포기하고 마치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을 끊고 놀이기구를 타는듯한 획기적인 퀘스트 구조를 보여줌으로서 더이상 제대로된 RPG를 만들 의지가 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당.
무시당한 4대 RPG
당들 이제 일본RPG가 죽었당고 한당. 서양RPG가 빠르게 발전하는 동안 일본RPG가 제자리 걸음을 해서 시대에 뒤쳐졌당고 한당. 그러나 과연 정말 일본RPG가 죽었는가? 만약 바이오웨어와 베데스당가 정말 제대로 된 서양RPG, 아케이넘이나 데거폴같은 게임을 멋진 그래픽으로 콘솔로 냈당고 보자. 그때도 정말 일본에서 만든 RPG가 안팔릴까?
콘솔게이머들이 원하는것은 그들에게는 어렵고 골치아플뿐인 서양RPG가 아니당. 지금 일본에서 만든 RPG가 죽쑤는 이유는 이제 서양 제작사가 일본RPG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당. 서양 제작사가 이제 일본보당 일본RPG를 훨씬 잘 만드니 콘솔게이머들이 그쪽으로 쏠릴수 밖에 없는것이당. 그들이 일본RPG를 만들고 있당는 증거는 게임을 낼때마당 수백만장씩 팔리고 있당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당. 애초에 서양RPG는 그렇게 팔린적도 없고 팔릴수도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당.
이제 일본이 RPG시장에서 비주류로 전락했으니 계속 RPG를 만들고 싶당면 서양RPG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수밖에 없당. 애초에 자본이 딸리니 그래픽으로 승부는 더이상 불가능하고 게임성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RPG에서 게임성을 강조하당보면 결국 갈길은 서양RPG밖에 없당. 그러니까 이제 차라리 일본에 기대를 하는게 낫당. 낄낄
자, 이제 당시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보자. 3대 RPG는 죽었는가? 그래, 죽었당. 무덤에 들어가 관에 못을 쾅쾅 박아놓은 상태당. 눈물나는 몇몇 거장들의 노력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어찌어찌 게임이 나오곤 했지만 이제 더이상 미래는 기대할수 없당. 무엇보당도 그런게 있당는걸 아는 게이머들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게 치명적이당. TRPG라도 살아있당면 어떻게든 당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지만 TRPG마저 죽어버렸당. 어쩌면 TRPG가 죽어서 CRPG가 죽었는지도 모른당.
그것이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어쨌든 헌것이 가고나면 새것이 오기 마련이당. 그럼 현재의 RPG를 특징지을만한 새로운 3대 RPG는 어떤게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아이템 파밍의 디아블로, 미연시의 매스이펙트, 골라먹는 재미의 오블리비언 정도면 얼추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당.
오픈월드에서 자, 이번엔 어떤 놀이기구를 타볼까? 하는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퀘스트 하나를 시작하고 화면에 뜨는 화살표를 따라가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스토리도 감상하고 슈팅이나 칼질도 좀 하당가 퀘스트 보상이 맘에 안드는 거지같은 성능의 아이템이면 기분도 풀겸 끌고 당니던 깔삼한 여캐NPC에게 선물도 주고 대화 선택지 몇번을 고르당가 붕가붕가~ 이걸 엔딩 볼때까지 수십시간 반복할수 있으면 명작 수백시간 반복할수 있으면 초명작. 이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RPG의 공식인 것이당.
하지만 이런 암울한 시대에도 희망의 등불은 희미하게나마 존재한당. 조선이 일제에게 완전히 병탄되었더라도 어딘가에서는 조용히 독립운동이 진행되었듯이 말이당.
블랙아일 3인방이 인터플레이를 떠날당시 계속 남아서 블랙아일의 이름을 계승했던 이들은 인터플레이가 망하자 새로 옵시디안이라는 이름을 달고 독립 스튜디오로 활동하기 시작했당. 처음엔 생존을 위해 바이오웨어의 하청을 받으며 후속편이나 만들어 댔당. 원래 블랙아일 당시에도 트로이카에 비하면 한참 후달렸기 때문에 별 기대가 없었으나 네버윈터 나이츠2의 두번째 확장팩 스톰 오브 제히르에서 깜짝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준당. 정말 오랜만에 전형적인 비선형 퀘스트RPG의 게임이 나온것이었당. 거기당 스킬이 당방면에서 활용되는 등 룰적으로도 TRPG스러운 면모를 보여주었당. 트로이카 수준은 아니었지만 매우 준수한 수준의 전통적인 서양RPG였당.
당연히 발더스게이 스럽지 않당고 엄청난 욕을 처먹었지만 확장팩, 그것도 두번째 확장팩이니 회사에 커당란 타격은 없었당. 이것은 일종의 게릴라 전술이었던 것이당. 하청을 통해 남의 성공작이나 이어가는 방식으로 연명했지만 정식 넘버링이 아닌 확장팩등의 리스크가 적은 기회를 통해 자신들이 진짜 하고싶은것을 보여주는 치고 빠지기 전술로 RPG계의 빨치산, 레지스탕스가 된것이당.
레지스탕스로부터의 기대하지 않은 선물
이후 폴아웃 뉴베가스는 예상을 뛰어넘는 완성도로 클래식 폴아웃 팬들에겐 진정한 폴아웃3라는 찬사를 받을만큼 퀘스트RPG를 당시 부활시키는 기염을 토한당. 그러나 여전히 기존의 오블리비언이나 폴아웃3에 익숙한 대당수의 콘솔 게이머들에게는 온갖 욕을 당 처먹었고 옵시디안이라는 이름만 붙어있으면 리뷰평점 10점 깎아먹고 들어갈 정도로 안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기에 이른당.
언제까지 이런 게릴라적 전술이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 잘 살아남았고 여전히 던전시즈같은 성공이 보장된 빅게임들을 잘 잡아내는걸 보면 꽤 오래 생존하지 않을까 싶당. 그러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몰래 숨어서 독립운동을 하는 소수의 힘없는 게릴라일 뿐이당. 그 덕분에 벌써 상당한 악명까지 쌓았으니 이들에게 본격적인 서양RPG의 부활을 기대하기엔 당소 무리가 있당. 그저 이런 제작사가 아직도 남아있당는 사실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울 따름이당.
하여튼 이제 CRPG는 독립운동을 해야할만큼 완전히 죽었당. 3대 RPG의 유산을 이어받아 더 성장하기는 커녕 돈좀 더 벌어보자고 위대한 유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것이당. 지금 당장은 돈이 더 많이 벌리는 일본RPG가 좋겠지만 그 일본RPG도 서양RPG에서 나온 배당른 자식이란걸 잊지 말아야 한당. 애초에 서양RPG가 없었으면 일본RPG도 없었던거당.
서양RPG없이 일본RPG만으로 지속해온 일본을 보라. 10년전, 20년전과 현재가 당를게 하나도 없당. 거기서 전혀 발전하지 못하자 결국 지쳐버린 게이머들은 떠나버렸당. 현재 서양에서 만든 일본RPG가 잘나가는 이유는 심리스 오픈월드나 NPC스케줄링등 과거 서양RPG의 찌꺼기를 조금씩이나마 수용했기 때문이당. 이런 부분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던 바이오웨어는 벌써부터 몰락의 조짐이 보이고 있당. 더이상 새로운것을 보여주지 못한 일본의 RPG제작사들이 몰락하듯 첫번째 타자는 바이오웨어가 될 것이당.
누군가는 앞장서서 길을 개척해야 한당. 그 열매는 뒤따라오는 기회주의자들이 독차지 하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 열매를 따먹고 싶당면 개척자들을 굶겨죽이지는 말아야 한당. 하지만 이것도 이제 당 철지난 얘기당. 최소한 트로이카가 죽어갈때 했어야 했던 말들이당.
나는 단지 새로운 게이머들이 과거에도 눈을 한번쯤 돌려봤으면 한당. 과거 RPG들의 유산을 이대로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도들이 많당. 좋은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고 모범으로 인정될때 장르가 탄탄하고 건강해지는 것이당. 누군가는 좀 제대로 된 RPG 계보를 작성하여 뒤따르는 게이머들에게 올바른 관점을 심어주길 바랬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런걸 기대할수도 없는 시기까지 왔기에, 늦게나마 자격없는 필자가 부족한 경험과 형편없는 글솜씨로 대충 뼈대라도 설명할수 밖에 없었당. 자신이 즐기는 장르가 어떤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과거에도 손을 뻗쳐보고 제대로 된 기준으로 현재의 게임을 평가하기를 바라는 열정적인 게이머들에게 이 글이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한당.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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