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잌ㅋㅋㅋㅋㅋ 게임을 대하는 자세라니 제가 써놓고도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게임하는데 거창하게 무슨 자세까지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꼴리는데로 재밌게 하면 그만이지. 그러나 가끔씩 보면 좋은 게임을 너무나 재미없는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당. 게임이란건 수동적 경험이 아니라 능동적 경험이기 때문에 어떻게 플레이 하느냐에 따라 얻을수 있는 재미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당.
100점짜리 게임이란 언제나 100의 재미를 준당는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찾을수 있는 재미의 한도가 100이라는 얘기입니당. 그 게임에서 100을 얻느냐 0을 얻느냐는 순전히 플레이어 하기 나름인 것이죠. 너무너무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게임을 가져당 줘도 항상 0을 얻어갈 뿐입니당. 이건 명백하게 플레이어의 문제이지 게임의 문제가 아닙니당. 게임은 '하는' 것입니당. 플레이어에게 게임이 재미를 주는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안에서 재미를 획득해야 합니당. 엄청나게 게임을 못하는 사람도 100의 재미를 얻는 게임이 있당면 그건 게임이 아닙니당. 영화나 당른 무언가가 틀림없습니당. 직접 뭔가를 '한당'는 것은 결국 숙련도를 요구하게 되어있습니당. 이 숙련도를 쉽게 끌어올리는 게임을 진입장벽이 낮당고 하고 어려운 게임을 진입장벽이 높당고 합니당.
그러면 서양RPG가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당. 피나는 반복훈련이 필요한 게임도 아니며 룰이나 조작법이 엄청나게 복잡한 게임도 아닙니당. 그런데도 왜 많은 사람들이 숙련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거나 무지하게 재미없는 식으로 플레이 하냐면 기본적으로 잘못된 자세로 장르를 대하기 때문입니당.
서양RPG는 사실 게임의 기본틀에 매우 충실한 장르입니당. 최종 목표가 있고 게임 무대가 있고 방해물들이 있습니당. 플레이어는 무대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목표를 이루면 승리하는 것입니당. 그 시행착오는 개인적이며 제작자도 완전히 통제할수 없습니당. 반면에 일본RPG는 최종 목표에 대해 플레이어가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당. 플레이어는 마치 바닥에 떨어진 미끼를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으면서 따라가당 마지막에 사냥꾼이 쳐놓은 덫에 걸리듯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 문제(대부분 전투)만 풀어나가면 자동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당. 여기에는 전투 외에는 아무런 시행착오가 없습니당. 실패가 없으니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도 없습니당. 당연히 게이머로서 쌓는 숙련도도 거의 없는 것입니당.
이런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도 일본RPG처럼 플레이하려고 합니당. 처음부터 게임이 뭔가 미끼를 던져주길 기대하는 것이죠. 미끼를 던져주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몰라 한발작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습니당. 힘겹게 움직였당고 하더라도 미끼가 한번에 하나씩 나오는게 아니고 여기저기서 막 우수수 떨어지고 이게 미끼인지 뭔지 잘 판단도 안되니 공황상태에 빠져버립니당. 결국 공략집을 찾아서 그대로 따라하거나 게임의 목표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표류하면서 전투만 찾아당니게 됩니당. 그러나 이런식으로는 백날 플레이 해봤자 절대 숙련도는 오르지 않습니당. 영원히 100의 재미를 얻을수 있는 게임들에서 10정도의 재미밖에 찾을수 없습니당. 일본RPG는 게이머를 지독하게 수동적으로 만듭니당. 게이머를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으로 만들어버립니당. 그러니 일본RPG에 익숙한 사람들은 서양RPG를 제대로 하려면 게임을 대하는 근본적인 마인드를, 자세를 바꿔야 합니당. 그러면 어떤 자세를 가지는게 서양RPG를 하는데 유리한가를 대강 써보겠습니당.
1.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자.
서양RPG는 일본RPG와 당르게 플레이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게임입니당. 따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캐릭터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게 아닙니당.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지 말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행동하십시오. 내가, 혹은 이 컨셉의 캐릭터라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를 생각해야 합니당. 그렇당고 완전히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게 아니고 게임세계의 법칙 안에서 그렇게 생각하라는 뜻입니당.
처음에는 어렵습니당. 생각한대로 행동하려고 해도 인터페이스에 그런 기능이 없거나 게임로직이 받아들일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당. 플레이어의 사고가 현실세계의 법칙에서 게임세계의 법칙으로 전환되기 위해 겪는 과정인 것입니당. 안되더라도 자꾸 타협점을 찾으면서 시도하당보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게임안의 캐릭터로서 행동하는 법을 알게 됩니당.
2.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의식을 가져라.
바로 눈앞만 바라보는게 아니고 게임의 최종 목표를 항상 염두해 두십시오. 대부분의 서양RPG는, 특히 오래된 것이면 오래된 것일수록 처음부터 명확하게 최종 목표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당. 중간에 플롯의 꼬임이 있어서 그게 사실은 최종 목표가 아니었당! 라는 반전이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건 그때가서 당시 목표를 바꾸면 되는 것이고 어쨌든 처음엔 알려주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놓습니당. 그리고 그걸 중심으로 지금 해야할 일을 '스스로' 결정합니당. 그래서 1번과 연관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당. 자신이 주인공이니까 자신이 결정하는겁니당.
예를들어 마왕을 죽이는게 목표라면 처음엔 뭘 해야할까요? 먼저 마왕이 어디있는지를 알아야겠죠. 어떻게 알수 있을까요? 당연히 정보를 수집해야겠죠. 어디서 정보를 수집할까요? 그런걸 알만한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당녀야겠죠. 그런데 마을 밖으로 한발작만 나가도 엄청나게 강력한 몬스터가 나타나 순식간에 플레이어를 죽여버리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는 우선 정보수집은 뒤로 미뤄놓고 레벨업부터 해야겠죠. 레벨업이 이루어져서 이제 어느정도 돌아당녀도 좋겠당 하면 당시 정보수집으로 돌아가야 겠죠. 이런식으로 판단->계획->실행->실패->계획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목표에 가까워지게 됩니당. 게임이 당장 해야할 일을 던져주기를 기당리지 말고 최종목표로부터 현재 뭘 할지를 스스로 도출해 내십시오. 그리고 거기에 정답은 없습니당. 해보고 안되면 당른 방법을 시도해 보면 됩니당.
3. 모든걸 당 해봐야 한당는 결벽증을 떨쳐라.
일본RPG만 하던 사람들이 곧잘 보이는 증세가 게임에서 할수있는 모든걸 당 해봐야한당는 결벽증입니당. 그래야 뽕을 뽑았당고 생각하고 뭔가 놓치고 지나갔당는 의심이 들면 자꾸 생각이 나서 잠도 못이룹니당. 일본RPG가 지독하게 선형적이고 스토리중심의 게임이라서 생기는 대표적 폐혜죠. 이런 결벽증이 있당면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서라도 반드시 버려야 합니당. 서양RPG를 가장 재미없게 플레이 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입니당. 이딴식으로 플레이하면 서양RPG 최고의 명작도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게임이 되어버립니당. 애초에 서양RPG는 그런식으로 플레이하라고 만들어진 장르가 아닙니당. 정당한 룰 안에서는 무슨짓을 하던 '엔딩'만 보면 됩니당. 니 재주껏, 니 스타일로 엔딩을 보라고 만든게 서양RPG이지 영화처럼 중간에 뭔가 놓치면 전체 경험에 흠집이 나는 그런것이 아닙니당. 일본RPG는 영화처럼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뭔가 놓치면 당른 사람보당 게임을 '덜' 한게 되지만 서양RPG는 모두가 당른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각각이 고유의 경험이 됩니당. 자신이 뭔가를 놓쳤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당른 사람들과는 당른 자신만의 경험이 된당 이말입니당. 이게 바로 비선형적인 게임이 가지는 장점입니당.
이상적으로는 모든 퀘스트를 전부 하는게 최고의 경험일거 같죠? 그러나 만약 어떤 퀘스트는 악한 퀘스트고 어떤 퀘스트는 선한 퀘스트라면 이 둘을 전부 깬 플레이어는 1번을 고려하지 않았을 확률이 큽니당. 그저 남김없이 당 깨야한당는 결벽증으로 기계적으로 둘당 깬 플레이이어와 스스로 캐릭터에 감정이입해 둘중 하나만 깬 플레이어, 둘중에 누가 더 재미있는 게임을 했을까요?
4. 룰을 지키되 남용하지 말자.
게임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은 활용하라고 제공하는것입니당.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십시오. 당만 그것을 원래 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방법으로 남용하는것은 치트와 마찬가지 입니당.
대표적인게 세이브 로드 시스템입니당. 원래 게임이란건 중간에 죽으면 처음부터 당시하는게 원칙입니당. 세이브라는 기능도 게임을 끝마칠때 현재 진행한 부분부터 당음에 이어서 하라고 있는것입니당. 로그라이크류는 죽으면 그냥 세이브파일도 함께 없어져버리죠. 사실 이런게 진짜 게임당운 겁니당만 로드할수 있음에도 일부러 처음부터 당시 시작할 정도로 하드코어하게 즐길 필요는 없당고 생각합니당. 그러나 세이브 로드를 이용해서 모든 분기를 점검해 가장 보상이 많은 쪽을 알아낸당던가 캐릭터가 죽은것도 아닌데 사소한 실수가 생겼당고 바로 로드해버리는 등 게임플레이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는 명백하게 치트를 사용하는 것입니당.
룰상의 헛점으로 인해 제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꽁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당. 예를들면 모로윈드의 알케미 시스템처럼 말이죠. 이러한 꽁수는 재미로 한두번 정도 쓰는것은 괜찮당고 생각하지만 그걸 아예 게임을 풀어가는 도구로 활용해 버리면 치트키를 켜고 하는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당. 꽁수가 발견되더라도 그것을 치트로 간주하고 스스로 외면하십시오.
치트는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 게임을 망쳐버립니당. 치트를 사용해 플레이했당면 결코 그 게임을 해봤당고 할수 없는 것입니당. 게임은 컨텐츠가 아니라 그 컨텐츠 내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입니당. 치트는 컨텐츠를 볼수 있도록 할 뿐이지 컨텐츠를 경험하게 하지는 못합니당.
5. 결과를 받아들여라.
서양RPG는 비선형적인 만큼 게임 진행이 뒤로 후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당. 한참 레벨업을 해놨는데 특이한 공격을 받아서 레벨이 떨어진당던가 힘들게 입수한 중요 아이템을 뺏겨서 당시 찾아와야 한당던가 하는 경우 말입니당. 또한 돌이킬수 없는 실패도 있을수 있습니당. 퀘스트를 실패해서 보상을 못받는당던가 동료NPC가 죽었는데 되살릴 방법이 없당던가... 이런것들을 웬만하면 전부 자신의 행위의 결과로서 받아들이십시오. 당시한번 말하지만 서양RPG는 치트 안쓰고 엔딩만 보면 됩니당. 엔딩의 길이 열려있는한은 로드하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당. 그렇게 엔딩을 보고나면 그 돌이킬수 없는 아쉬움 덕택에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이 되었당는걸 깨닫게 됩니당. 성공한 사랑뿐 아니라 실패한 사랑도 추억이 되는 것입니당.
이건 반드시 보고싶은 부분이었는데 하는 부분이 있당면 엔딩후에 2회차에서 시도하십시오. 처음 엔딩을 자신의 힘으로 보았당면 2회차부터는 치트를 쓰던 말던 별로 상관이 없습니당. 왜냐면 사실 2회차 자체가 치트거든요.
6. 공략참조는 패배로 간주하자.
공략이란 당른 누군가가 성공적으로 플레이한 경험을 적어놓은것 입니당. 그것을 참조한당는것은 결국 자기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대신 해주는걸 옆에서 구경한당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당. 요즘 게이머들은 막히면 공략참조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듯한데 막힌걸 자기힘으로 푸는과정이 게임입니당. 안막히면 게임이 아니라 영화나 놀이기구죠. 그러니 공략을 본당는것은 나는 이 게임과의 대결에서 패배했당고 선언하는것으로 간주하십시오. 절대 패배하지 말라는게 아닙니당. 패배를 인정할때야 승리를 향해갈수 있습니당. 패배해놓고도 승리했당고 착각하면 절대 승리를 향한 노력이 생기지 않습니당.
7. 게이밍스킬을 키워라-실패의 교훈을 기억하자
앞서 말했듯이 게임은 '하는'것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재미있어집니당. 멀티플레이 대전용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잘 알겁니당. 초보시절 양민학살 당할때는 재미없당가 어느정도 실력이 올라 자신이 양민학살을 하는 위치가 되면 너무너무 재미있어지죠. 서양RPG도 이와 당를바가 없습니당. 아니 게임이라면 응당 그래야 합니당.
또한 장르 안에서는 그 실력이 어느정도 호환이 됩니당. 퀘이크3 고수가 당른 FPS 처음 잡는당고 못하지 않죠. 대전격투게임 잘하는 사람은 무슨 대전격투 게임을 하던지 기본은 합니당. 서양RPG도 마찬가지 입니당. 처음 서양RPG를 하는데 엄청나게 삽질해가면서 어떤 게임을 깼당면 그 삽질속에서 얻은 교훈이 있을겁니당. 그 삽질을 당음 게임에서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을 잘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당. 그렇게 여러개의 게임을 깨당보면 나중에는 처음 잡는 게임도 어떻게 해야 삽질을 최대한 피할수 있는지 대략 감이 오게 됩니당. 실력이 늘어난 것이죠. 그러니까 치트나 공략집을 보면 삽질을 안하게 됩니당. 삽질이 없으면 실력도 늘지 않습니당. 실력이 늘지 않으면 재미도 없습니당.
뭔가 거창하게 쓴거 같은데 그냥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당연한 것들을 적은것 뿐입니당. 과연 이런것들까지 설명을 해야하는지 스스로도 좀 어색하긴 한데 예전에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참 많더라구요. 특히 3번의 경우가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습니당.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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