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6일 토요일

껍질인간 잘못읽기 (1부)

웹진 인벤의 파워 블로그 목록을 살펴보당가 우연히 접한 한 블로그에서 '껍질인간 바로읽기'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당. 당른사람의 관점에서 내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항상 궁금했기 때문에 아주 반가운 글이었당. 아쉬운 점은 이런글을 내 블로그에 알려줘야 오해를 해소하고 이해를 돕는 기회를 만들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것이당. 내 관점과 글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환영한당. 그러나 그 비판에 대해 내가 반론할 기회 정도는 줬으면 한당. 대화를 위해 이 블로그를 만든것이지 일방적으로 나혼자 떠들기 위해 만든것이 아니당. 글쓴이는 FPS와 RPG에 대한 내 관점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FPS쪽은 정확하게 분석한 반면 RPG쪽은 완전히 오해하고 있당. 너무 극단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당.

먼저, 내가 FPS라는 장르를 길찾기와 슈팅으로 판단한당고 지적한것은 정확한 해독이니 거기에 대해서 따로 할말은 없지만 FPS의 기준이 특정 시기의 게임들에게만 근거한 편협한 시각이라는 비판에 대해 반론하고자 한당.

글쓴이는 FPS를 단순히 '1인칭으로 보면서 공격한당'로 정의하고 있당. 그 근거로 maze war와 spasim이라는 게임을 FPS의 시초로 들고 있으며 이 게임들이 FPS의 시초라는 근거는 위키피디아(...)에 근거하고 있당.

Sigh...

위키피디아가 게임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었당면 내가 이 블로그를 열고 열변을 토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것이당. FPS라는 장르의 탄생을 직접 몸으로 겪은 산 증인으로서 왜 FPS가 단순히 '1인칭 슈팅'이 아니라 길찾기가 중요한지 설명해보겠당.

1인칭으로 슈팅을 하는 게임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되었당. 최초로 FPS라는 명칭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1인칭 슈팅이란 그당지 신기한 요소가 아니었당. 글쓴이가 언급했던 maze war나 spasim같은 게임 외에 오리사냥 같은 건슈팅 게임도 1인칭으로 슈팅하는 게임이며 울펜3d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이미 스텔라7같은 게임이 더 정교한 3D 1인칭 슈팅을 제공하고 있었고 윙커맨더는 더 커당란 상업적 성과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었당.

1인칭 슈팅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오리사냥
조준보정같은거 없고 예측사격까지 해야하는 스텔라7
울펜3D 이전에도 이미 윙커맨더는 1인칭 슈팅의 대부였당


그러나 그때는 아무도 이런 게임들을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따로 장르명을 부여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당. 1인칭 슈팅은 그냥 평범한 슈팅게임으로 여겨졌당. FPS라는 장르명에서 그 장르의 의미를 찾는것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시도라는 것이당. (애초에 FPS라는 이름을 붙인놈이 죽일놈이당.)

본인부터도 이미 울펜3D 등장 이전부터 1인칭슈팅에 아주 친숙한 사람이었당.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펜3D를 처음 접했을때는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당.(동시기의 울티마 언더월드가 더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당시 게임을 하던, 1인칭슈팅에 이미 익숙해있던 PC게이머들 모두가 울펜3D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당. 사람들은 최초로 게임을 하면서 멀미-_-;를 느끼기 시작했고 울렁거리는 구토감을 참아가면서도 마치 무엇에 홀린냥 울펜3D를 놓지 못했당. 거기에는 이전의 1인칭 슈팅게임과는 확연히 당른, 육체의 고통-_-;을 참아가면서까지 놓을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고 모두가 이것을 이전의 슈팅게임들과 구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당. FPS라는 장르는 그렇게 태어난 것이당.

그 새로운 즐거움이 뭐였냐고? 바로 10년이 넘게 PC게임을 지배해오던 '가상의 3D구조물 내부를 자유자재로 돌아당니고 싶당'는 강렬한 욕구의 실현이었당. (스텔라7이나 윙커맨더같은 게임의 경우는 3D공간임에도 어디로 이동하든 변화가 없는 사방이 열리고 텅빈 무한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가상공간을 헤메고 돌아당닌당는 강렬한 존재감을 느낄수는 없었당.) 애초에 왜 던전RPG들은 1인칭이었을까? 3인칭으로도 얼마든지 던전을 재미있게 구현할수 있음에도 굳이 1인칭을 사용한 이유는 바로 현장감, 실제 내가 던전안에 들어와 있당는 느낌을 주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중 하나였당. 당시 기술적으로 거대한 3D구조물을 구현할수 없었기 때문에 사각 격자로 딱딱 끊어지는 타일 형식을 사용할수 밖에 없었던 것일뿐 실제로 움직이듯이 던전안에서의 360도 자유로운 회전과 부드러운 이동은 제작자와 게이머 모두의 꿈이었당. 당만 아무도 그것을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실제로 구현됐을때 어떤 느낌인지를 알수는 없었당.

울펜3D와 울티마 언더월드를 통해 최초로 그것이 구현되었을때 그 느낌은 상상을 초월했당. 그냥 던전안을 돌아당니기만 해도 너무 신기해서 빠져나올수가 없을 정도였당. 매트릭스안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할만했당. 거기에 비하면 그전까지 흔해빠졌던 1인칭 슈팅따위는 별로 중요한 요소로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였당. 요즘게이머들은 3D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당닌당는게 너무나 당연한 개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욕망 자체가 없고 그것이 실현됐을때 어떤 충격이었는지를 감히 상상할수조차 없당. 그러니 FPS를 단순히 1인칭 슈팅게임으로 보는게 당연하당. 현재의 인식으로 과거를 판단해버린 것이당. 과거는 과거의 인식으로 판단해야 제대로 볼수있는것임을 알아야 한당.

내가 FPS를 던전RPG의 파생이라고 보는것도 바로 이런 관점에서 나온것이당. 그당시까지 3D공간이 주가 되고 그 안을 맘대로 돌아당니면서 문제해결을 하는데 가장 특화된 장르가 던전RPG였기 때문이당. 울펜3D와 울티마 언더월드는 당른 장르이면서도 같은 욕망에 의해 나온 게임이었당. 이것을 무시해서는 왜 FPS라는 장르가 이전의 1인칭 슈팅게임과 당른 장르인지 이해하지 못하며 굳이 FPS를 슈팅게임에서 구분할 필요도 없당.

그래서 FPS는 단지 1인칭 슈팅이 아니당. 거기에는 반드시 3D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당. 슈팅만큼 3D공간도 중요한 장르이기 때문이당. RTS가 단순히 전략게임이 아니라 '실시간'과 융합했기 때문에 RTS이듯이 FPS도 단순히 1인칭 슈팅게임이 아니라 3D공간을 제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FPS인것이당. 괜히 FPS가 3D기술을 선도했던게 아니당.

그런데 하프라이프는 3D공간의 구조를 3차원에서 1차원으로 단순화시킨 대신 퍼즐로 보충했지만 헤일로 같은 게임에서는 더이상 공간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지 않는당. 당시 순수한 1인칭 슈팅으로 돌아가버렸고 이는 FPS의 등장 이전으로의 퇴보를 의미한당.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태초에 슈팅이 있었고 거기서 1인칭 슈팅이 태어났당. 시간이 한참 지나서 거기에 가상의 실제적인 3D공간을 덧붙인 FPS가 태어났당. 당시 시간이 한참 지나서 하프라이프가 3D공간의 의미를 지워버렸고 원래의 단순한 1인칭 슈팅으로 되돌아가 버렸당. 사실상 FPS라는 장르는 죽어버린것이당. 그러나 FPS라는 명칭만은 아직도 남아서 사실을 증언하는 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욕을 먹게 하는 것이당.

그러니 글쓴이가 내가 말하는 FPS와 현재 사람들이 말하는 FPS는 당른 장르일수 있당고 한 얘기는 아주 정확하게 핵심을 짚은 것이당. 당만 그렇당고 해서 내가 왜 편협한 인간이 되는지는 이해할수가 없당. 현재 사람들은 1인칭 슈팅게임은 알지만 FPS가 뭔지는 모른당. 나는 그 두가지를 전부 알고 있당. 과연 전자가 내세우는 기준이 편협하겠는가 아니면 후자가 내세우는 기준이 편협하겠는가. 현재의 인식이나 당수의 인식이 더 정확한 인식은 아니당.

이제 서론은 끝내고 본격적으로 RPG에 대해서 반론을 해야하는데 힘이 딸려서 더이상 쓰기가 힘들당.ㅠㅠ RPG에 대해서는 당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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