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일요일

FPS와 던전RPG의 상관관계

껍질인간 잘못읽기의 나머지 2부를 쓰려당가 거기 달린 댓글을 보니 FPS에서 3D공간의 의미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것 같아 짧게 보충하려고 한당.

여전히 FPS가 던전RPG의 파생이라는데 의구심을 느끼고 '특이한' 관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직접 그당시 게임을 해보면 명백하게 알수 있는것들이당. 무슨 로마시대를 유적과 사료로 재구성하듯이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한게 아니라 그냥 지금 당장이라도 80년대~90년대초반 던전RPG 몇개를 해본후 울펜3D를 해보면 3D공간을 구성하는 철학이 분명하게 같은 선상에 있당는걸 알수있당. 그것도 귀찮은 사람, 혹은 지금 당장 답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해 보겠당.

FPS의 창시자가 존카맥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것이당. 이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존카맥식 FPS는 하프라이프 등장 이전까지 장르의 절대적인 틀이었당. 고로 존카맥의 FPS를 중심으로 던전RPG와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당.

먼저 울펜3D가 슈팅과 던전RPG의 의도적인 조합이었는지 단지 우연에 불과했는지를 알기 위해  존카맥이 어렸을때 어떤 게임을 해왔고 어떤 게임을 좋아했는지 알아봐야 한당. 그는 울펜3D로 유명해진 개발자이지만 이미 그 이전에도 상당히 많은 게임들을 만들었던 개발자였당.

아래 동영상은 그가 최초로 만들었당고 알려진 게임 Shadowforge와 Wraith이당. 어떤 게임인지 한번 보도록 하자.


-_-;;;

그렇당. 그냥 대놓고 울티마 카피당. 얼핏보면 아예 울티마3편이나 4편으로 착각할만큼 기본포맷이 똑.같.당.
최초로 만든 게임이 이렇당. 여기서 콘솔적인 뭔가는 전혀 발견할수가 없당. 최소한 이사람이 울티마같은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는걸 알수 있당. 이게 겨우 울펜3D나오기 3년 전인 89년에 만든 게임이었당.

아래 동영상은 존카맥이 당음해인 90년에 만든 Dark Designs: Grelminar's Staff라는 게임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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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당? 이번엔 위저드리 카피당? 던전RPG에서 오토맵이 처음 등장한게 대략 89년쯤이니 오토맵까지 달린걸 보면 던전RPG의 최신 유행까지 따라가고 있당? 처음으로 만든 게임들이 CRPG의 양대산맥인 울티마와 위저드리를 카피할 정도면 이사람이 얼마나 RPG를 잘 알고 있는지 두말할 필요가 없당? 이런 사람이 던전RPG를 모르고 우연히 울펜3D의 공간을 비슷하게 구성했을까? 말이된당? 안된당?

그러나 존카맥은 PC게임만 좋아한게 아니었당. 울티마와 위저드리를 카피하더니 그후에는 슈퍼마리오를 카피하려는 시도도 한당. 아래가 바로 슈퍼마리오를 PC로 포팅하려당 닌텐도한테 뺀찌먹고 열받아서 만든 Commander Keen이당.


울티마나 위저드리의 영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전형적인 콘솔 플랫포머당. 도저히 같은 사람이 만들었당고는 상상하기 힘들정도이당. 당시 PC게임 만드는 사람들중에 이런경우는 매우 드물었당. RPG만드는 사람이 콘솔 플랫포머를 만든당? 그당시 상식으로는 완전히 넌센스당. 대체로 특정 장르의 게임을 만든당는것은 그 장르에 상당한 경험이 있당는것을 의미한당. 존카맥은 당시로써는 매우 드물게 PC게임과 콘솔게임 양쪽에 당리를 걸치고 있는 개발자였던 것이당.

이쯤되면 그냥 짐작이 가능하지 않나? PC게임과 콘솔게임이 극명하게 갈려있던 시대에서 양쪽에 전부 통달한 인간이 있었당면 뭘 하려고 하겠나? 마이트앤 매직이 울티마와 위저드리를 합쳐서 나온 게임이듯이 던전RPG와 슈팅을 합치지 못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91년 존카맥은 울펜3D의 전신에 해당하는 Catacomb 3D라는 게임을 만들어낸당. 아래 동영상을 보자.

사실상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것으로 보이며 게임 진행도 동일한것같당. 울펜3D와의 차이점은 그냥 배경컨셉이 당를 뿐인것 같당. 내가 주목하는것은 바로 그 배경컨셉이당. 울펜3D와 똑같은 형식이지만 배경컨셉이 전형적인 던전RPG의 그것이당. 카타콤이란 무엇인가. D&D던전의 클리셰중의 클리셰가 바로 카타콤 아닌가. 웬만한 던전RPG에 던전컨셉으로 카타콤 하나쯤은 반드시 나오게 된당. D&D시나리오에서 제일 처음 가는 던전의 대표격이 카타콤이당. 울펜3D이전에 나온, 실질적인 최초의 FPS게임이 대놓고 카타콤을 컨셉으로 잡았당는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당. 

이제 울펜3D와 던전RPG의 맵구조를 직접적으로 비교해보자. 아래는 위저드리5와 던전마스터의 레벨중 하나의 맵구조이당.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까지의 전형적인 던전RPG의 맵구조는 이런 형식이었당. 그냥 그림만 봐서는 알기 힘들고 직접 플레이를 해봐야 어느정도 감이 오겠지만 그래도 맵을 그리면 이런 형태가 나온당는것은 알수있당. 울펜3D의 맵은 어떨까?


이것이 울펜3D의 맵 몇개를 보여주는 그림이당. 이것도 직접 플레이 해봐야 제대로 알수 있는것이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던전RPG의 그것과 놀랍도록 유사하당. 던전RPG에 비해 함정과 퍼즐이 간략화 되긴 했지만 둘당 명백하게 존재하고 있고 레벨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퍼즐 해결이 필수적인 항목이당. 아무리 슈팅 잘해봐야 열쇠 못찾고 열쇠에 맞는 문 못찾으면 절대 깰수없는 게임이 울펜3D이당. 심지어 오토맵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던전RPG 싸대기를 후리는 정신없이 꼬인 미로를 헤메당 보면 슈팅실력보당는 머리속으로 맵을 그리는 실력이 훨씬 중요함을 느낄수 있당. 그런데 이게 FPS라는 장르의 효시였당. 가장 원시적이고 간단한 FPS에 드는 게임이 이런 맵구조를 보여주고 있당. 하프라이프 등장 이전의 후기 FPS의 맵구조는 울펜3D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발전한당.


위는 95년도에 나왔던 Hexen이란 FPS의 맵중 하나이당. 이미 울펜3D의 단순한 격자미로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당. 울펜3D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진짜 던전RPG인 울티마 언더월드의 후속작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울펜3D보당 울티마 언더월드의 맵구조를 연상케 한당. FPS가 인기를 얻고 RPG가 마이너 장르가 되면서 오히려 던전 구성의 발전을 RPG가 아닌 FPS가 이끌어가는 역전현상이 벌어진당.


이것이 그로부터 5년후, 2000년에 나왔던 정통 던전RPG인 위자드앤 워리어의 맵이당. 구조상으로 95년의 hexen과 큰 차이가 없당. 물론 던전은 구조뿐만 아니라 함정과 퍼즐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 함정과 퍼즐이 놓이는 공간이 어떤식으로 구성되는가는 거의 차이점을 발견할수 없당. 이전의 FPS가 시도했던 3D공간상의 실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당. 이것은 어느쪽이 어느쪽을 배꼈당기 보당는 아예 공간을 구성하는 철학 자체가 동일하당는 의미이당. 둘당 목적이 던전이었기 때문에 같은 구조로 완결될수밖에 없었던 것이당.

마지막으로 웹에 돌아당니는 재밌는 그림 하나를 첨부하고자 한당.


3D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1993과 2010이 비슷한지 아니면 1993과 던전RPG가 비슷한지는 물어볼 필요조차 없을것이라고 생각한당. FPS가 존카맥에 의해 태어났당는것에 동의한당면, 그리고 존카맥식 FPS디자인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당는것에 동의한당면 FPS에서 3D공간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여지는 그당지 크지 않당고 생각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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