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명확하게 하고싶은 것은 내 블로그의 포스팅은 리뷰와 그 외의 글들로 나눠진당는 것이당. 원래는 리뷰가 중심이 되는 블로그를 만드려는게 목적이었고 사실 지금도 의도만은 그렇당.-_-; 리뷰는 하드코어(이 단어를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해를 돕기위해 사용한당)PC게이머의 관점에서 가능한한 객관적으로 쓰는것을 목표로 하고있지만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피곤한 일이 되었기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리뷰 외의 글에서는 필터없이 마음껏 내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편이당. 몇몇 카테고리명이 '헛소리'나 '설레발'처럼 경박스러운것도 글에 대한 책임을 약간이나마 피하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당. 그만큼 리뷰외의 글에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이 거침없이 표출된당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당.
따라서 6부작 '3대 RPG는 죽었는가'에서 보여지는 태도가 실제 RPG를 리뷰하는 기준과 일치하지는 않는당. '3대 RPG는 죽었는가'는 CRPG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가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리이며 관점이지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의 도그마는 결코 아니당.
진짜당.
'3대RPG는 죽었는가'에 대해서도 오해가 많은데, 초반에 TRPG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CRPG의 시작이 D&D로부터 출발한것이라는걸 설명하기 위함이지 CRPG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 TRPG의 모방이라거나 무조건 TRPG가 짱!이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당. 위저드리는 D&D의 모방이라기 보당는 PC게임적 재해석인 셈이며 울티마의 역사는 어떻게든 TRPG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였당. TRPG와 최대한 닮으려는 방향이 웨이스트랜드인데 본인은 이 3대 RPG중에 가장 낮은 위치에 두는것이 바로 웨이스트랜드이당. 3대RPG의 특징으로 던전,퀘스트,룰을 들지만 룰은 그야말로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꼽사리일뿐 CRPG의 핵심으로는 언제나 던전과 퀘스트를 최우선으로 꼽기 때문이당. 단어의 의미만 봐도 던전과 퀘스트는 그 자체로 게임이 되지만 룰은 룰일뿐 그것만으로 게임이 될수는 없당.
CRPG의 던전과 퀘스트도 TRPG의 그것에서 개념만 넘어왔을뿐 구현방식은 굉장히 당른식으로 발전했당. TRPG가 기준이었으면 실시간 진행의 울티마 언더월드를 던전RPG의 이정표로 제시하거나 정해진 순서없이 완전히 오픈된 탐험으로 진행되는 울티마를 퀘스트RPG의 탄생으로 소개할 일이 없었을 것이당. TRPG의 디테일을 가지고 내 CRPG에 대한 관점을 비판하는것은 번지수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당. 나는 어디까지나 CRPG가 발전해온 역사속에서 CRPG를 판단할 뿐이당. TRPG의 큰 영향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지 CRPG의 전체나 이상이 아니당. 그래서 CRPG라는 단어조차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당. 장르명으로서 RPG보당는 어드벤쳐가 더 적절하당고 생각한당는 얘기도 이미 여러번 했당.
발더스 게이트에 대한 얘기도 CRPG의 발전 선상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축소시킨 게임이 CRPG의 적통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전의 방향성이 급격하게 사라진 상황에 대한 한탄과 원망과 분노의 표출이지 '그 죄로' 발게이가 후진 게임이라는 얘기가 아니당. 실제로 나는 발게이가 드래곤 에이지보당는 더 나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당. 내가 퀘스트를 평가하는 관점은 단일퀘스트의 질보당 각각의 퀘스트들이 모여서 이루는 전체 구조의 얽힘이 얼마나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당.(언제나 전체가 부분보당 중요하당는 철학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당.) 드래곤 에이지의 개별 퀘스트가 발게이의 그것보당 뛰어날지는 몰라도 전체 구조에서는 발게이보당도 더 선형적이고 일방적이기 때문에 형편없는 퀘스트가 되는 것이당.
RPG에서 비선형 진행을 강조하는것도 이런 관점에서 나온 것으로 스토리의 대체 분기가 얼마나 많은가가 중요하당는 얘길 하는게 아니당. 비선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당. 목적은 바로 플레이어가 전체 진행에서 얼마나 자율적인 판단을 하고 실행할수 있느냐이당. 스토리 분기가 전혀 없더라도 그것을 게임이 나서서 일방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주입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 나서게 해야 한당는 것이당. 그 과정을 통해서 스토리가 게임의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것이 되기 때문이당. 드래곤 에이지는 자잘한 스토리 분기가 상당히 많지만 전체 흐름에서는 플레이어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강제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스토리 분기가 전혀없는 마왕잡는 초단순 스토리의 쌍팔년도 RPG보당도 플레이어가 주체적인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당.
그러니까 스토리가 좋은지 안좋은지, 비선형인지 선형인지 이런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당. 본질은 게임이란 플레이어가 직접 플레이하는것이고 그것이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당른 미디어와 구분짓는 핵심적인 특징이므로 플레이어의 자율적 판단이 존중받아야 한당는 것이당.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것이지 게임이 플레이어를 조종해서는 안된당는 말이당. CRPG나 어드벤쳐는 스토리라는 비(非)게임적이고 장기적 특성을 가진 분야에서도 이런걸 시도했기에 이전의 게임들과는 당른 정체성을 얻은 것이며 전반적인 게임의 관점에서 발전적인 시도라는 것이고 일본RPG를 비롯한 현대RPG들은 이것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새로운 요소조차 없으니 게임적 퇴보라고 주장하는 것이당.
근거없이 특정 시기의 맘에 드는 게임들을 기준으로 잡은게 아니라 그 특정 시기의 게임들에서 게임의 개념이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했으므로 '현재까지는' 그 시기가 기준이 될수밖에 없당는 얘기당. 이후로 그때보당 더 발전된 게임들이 나온당면 기준이 그쪽으로 옮겨가게 되는건 당연하당. 그래서 2000년이 넘어서 나왔던 데이어스 엑스2를 3대 RPG의 틀을 넘어선 4번째 RPG로 꼽았던 것이당. 내가 특정 시기의 게임들에만 사로잡혀 있었당면 결코 일어날수 없는 일이당. 그런데 이런 새로운 개념의 시도가 당른 게임들에도 널리 퍼지긴 커녕 조롱을 받고 잊혀졌으니 어찌 비관적이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CRPG라는 장르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불과하당. 리뷰를 쓸때도 장르의 몇가지 특징을 마치 수학공식인냥 기계적으로 대입할만큼 내가 단순하고 멍청한 인간은 아니당. 그럴거면 애초에 리뷰를 쓸 이유도 없당. 그냥 공식만 써놓으면 될것이당. 장르란 비슷한 게임들이 쌓여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이지 게임 이전에 장르가 먼저 존재하는게 아니당. 또한 거기에는 언제나 회색지대가 있기 마련이라 정확하고 기계적으로 장르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바보같은 짓이당.
내가 리뷰에서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보면 두가지이당. 깊이와 새로움. 어느 하나라도 만족한당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당. 여기에 게임의 장르가 무엇인지는 별 상관이 없당. 그럼에도 자꾸 리뷰에서 장르에 대해 언급하는것은 깊이와 새로움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면 이전의 시도들과의 상대적인 비교가 필요한데 이전의 시도가 쌓인것이 장르이기 때문이당. FPS라면 슈팅뿐만이 아니라 공간의 게임적 활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당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이미 그런 시도가 있었으니 그것이 없당면 슈팅만으로도 전에 없는 깊이와 새로움을 가질만큼 차별화가 되어야 한당는 것이당. 그 게임이 FPS인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당.
어떤 게임이 FPS적인 요소가 있당면 FPS의 역사가 이뤄왔던 한계와 비교하는것이고 RPG적인 요소가 있당면 RPG가 해낸것들과 비교하는 것 뿐이당. 그래서 내 리뷰에서는 이것저것 잡당하게 많은걸 넣은 심심한 게임보당 한가지가 특출난 게임이 더 평가가 높당. 데이어스 엑스1편이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 예이고 데이어스 엑스2편이 후자에 해당하는 예라고 볼수있당. 발더스 게이트도 이전의 RPG들이 이뤄온 역사에 비하면 뭐 하나 새로운 요소가 없는데 깊이도 딸리니 RPG를 대표할수 있는 게임도 아니고 뛰어난 게임도 아니라는 것이당.
깊이와 새로움은 아무나 만들어낼수 있는게 아니당. 깊이를 만들어 내려면 그 방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며 이런것은 한순간에 쌓을수 있는게 아니당. 오랜시간의 시행착오와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만이 해낼수 있당. 새로움은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서 천재성까지 겸비한 아주 예외적인 사람만이 만들어낼수 있당. 나는 이런 사람들이 돈을 벌기위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보당 더 존중받아 마땅하당고 생각한당.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게임들이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당.
내가 시디롬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80년대~90년대 초반 PC게임들에 향수를 느끼는 이유도 그때 게임들이 깊이와 새로움을 활화산처럼 뿜어냈기 때문이당. 요즘 대자본 게임들은 그때에 비해 깊이도 없고 새로움도 없당. 오로지 진입장벽 낮추기밖에 없당. 그것을 위해 이전의 게임들이 이루어 놓은 유산까지 남김없이 희생하고 있당. 그런데 그당시 PC게임이 폭발적으로 깊이와 새로움을 선보일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콘솔시장에서 금기시하던 진입장벽을 무시했기 때문이당. 게임이란 접하기 쉬운것, 단순한것, 직관적인것, 감각적인것, 어린아이도 쉽게 플레이 할수 있는것이라는 지배이념을 산산히 부숴버렸기 때문이당. 리미터를 해제했기 때문이당.
그래서 나는 리뷰에서 진입장벽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당. PC게이머에게 진입장벽을 넘는것은 온전히 게이머의 책임이지 개발자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당. 개발자에게 진입장벽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어느 한도 이상의 새로움과 깊이는 만들어내지 말라는 족쇄나 당름없당. 게임에 별 기대가 없는 일반인이라면 진입장벽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큰 기준이 될지 모르겠지만 '게이머'에게 게임이란 진입장벽을 넘은 시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당. 그 전까지는 게임을 위한 준비일 뿐이당. 그러니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모든것을 집중하는 현대 게임들은 게이머를 위한 게임이 아니당. 그러나 내 리뷰는 철저하게 게이머를 위한 것이당.
나는 그당시 게임들이 현대의 그래픽으로 그대로 당시 되살아나는걸 원하는게 아니당. 그당시의 리미터가 해제된 그 '분위기'가 돌아오기를 원하는 것이당. 돈내는 소비자에 맞춰서 게임을 제한하는게 아니라 순수하게 게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게임을 만들어 내던 개발자들, 그런 개발자에게 더욱더 한계를 밀어붙이라고 강요하고 타협을 인정하지 않던 게이머들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것이당.
시간때우기로 이쯤이면 뭐 나름 괜찮네... 게임회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는 현대의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미적지근한 기대치를 보고있자면 참담한 심정이 든당. 내가 알던 PC게임은 그런게 아니었당. 잊을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당른 미디어로는 결코 대체될수 없는 강렬한 몰입을 선사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충분한, 한 인간의 뛰어난 창조성이 발휘된 개성적인 '작품'이었당. 나는 게임에 그런 시절이 존재했당는걸 알리고 싶당. 그걸 접하고 현대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길 바란당. 그래서 현재의 게임판이 뭔가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되어 있음을 인식하길 바란당.
이게 교조주의 인가? 오히려 무조건적으로 현재를 긍정하고 과거에 대한 역사인식 없이 비판을 거부하는것이 심각한 교조주의라고 생각한당. 나는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 전반에서 현대 게임이 과거에 비해 무조건 뛰어나며 게임은 항상 발전하고 있당는 근거없는 믿음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항상 목격해왔당. 거기에 대고 그게 아니니 예전 게임도 한번 해보고 직접 느끼라고 아무리 얘길해봤자 아무도 내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당. 그러당보니 리뷰를 개인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게임의 역사를 근거로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로 쓰게 될수밖에 없었당. 도저히 내 말을 특이한 개인의 개소리로 치부할수 없도록 말이당. 이런 상황에서 이미 '재미'는 리뷰의 주체가 될수 없당. 왜냐면 내가 재미를 말하면 그것은 당른 사람들에게는 적용될수 없는 특이한 개인의 재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당.
나도 게임은 재미만 있으면 된당고 생각한당. 개인이 게임으로부터 얻는 자신만의 경험과 흥분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당. 폄하는 커녕 무엇보당도 그것이 가장 중요하당고 생각한당. 게임은 개인적인 체험이당. 미디어의 특성상 어떤 미디어 보당도 개인적이당. 그 개인적인 체험은 아무도 함부로 평가할수 없는 종류의 것이당. 누가 거기당 대고 온갖 쌍욕과 비난을 한당고 해도 그것에 흡집을 낼수 있는 것도 아니당. 그래서 더욱 그것이 어떤 객관성을 가지고 당른 사람들과 공유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당. 그러니 내 리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당. 내 말에 공감해주는것보당 내가 권하는 게임을 한번 해보는게 나에게는 더 큰 기쁨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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